아랫지방은 태풍이 온다고 하는데, 이곳 의정부는 햇빛만 쨍쨍~~
항암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잠잘 때도 겨울이불을 덮고 자고, 덥다는 생각은 올여름 들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오늘 처음으로 조금 덥다는 느낌이 드는 걸 보면 많이 더운날임에 분명하다.
아침부터 베란다로 들어오는 햇살에 기분이 좋아졌고,
물을 좋아하는 화초에 듬뿍 물을 끼얹어주며, 잘 자라라고 속삭여주니 행복감 상승~~
이틀에 한번씩 하는 반신욕을 하며 내가 좋아하는 동영상을 보고,
흠뻑 흘린 땀을 샤워로 씻어내고, 화장까지 하니 기분은 더욱 up~~
배고픔에 지난번에 만들어 놓은 닭죽을 데워 먹고, 약간 나른해진 몸을 침대에 뉘어 가볍게 낮잠까지 자고 나니 아이 개운해~~~
늘 그렇듯이 책상앞에 앉아 책을 읽다가, 갑자기 기운 없어짐, 손떨림 현상이 일어나 급히 점심을 먹었다.
참 알수가 없다. 멀쩡하다가 어지럽고, 기운 없어지고......
냉장고에 있는 몇 가지 채소들을 힐링요 건강 조리기(전자레인지용 용기-전자파를 없애준다나?)에 넣어 전자레인지에 돌리니 살짝 익었다. 아차차~~ 소금을 너무 많이 뿌려 너무 짰다. 힝~~
곁들여 엄마가 나무에서 따온 것을 얻었다며 가져다 주신 자두와 포도, 그리고 수박까지 디저트로 맛나게 먹었다.
그런데 웬일~ 배가 꼬이고 토할 거 같았다.
아~ 너무 많이 먹었구나.
위장을 반 절제한 후, 작아진 내 위는 좀 많이 먹었다 싶으면 그대로 식도 밖으로 밀어낸다.
흠~ 또 토해내야 하는구나.
변기에 얼굴을 들이대고 토할 자세를 취했으나 다행히 침 몇 번 뱉고 나니 트림이 나오며 소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다행이다~~
항상 식사를 하고 나면 트림이 나와야만 소화가 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트림이 나오지 않으면 덤핑 증상이 계속되며 속이 무척 답답해진다.
옆사람에게 민망하지만 트림이 몇 차례 계속 나오면 뱃속이 편안해지고, 몇 분 또는 몇십 분 후 어김없이 설사 대마왕이 찾아온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속이 완전히 편안해지고, 외출도 가능해진다.
변을 보지 못하면 언제 소식이 올지 불안해져서 외출이 두려워 지기 때문이다.
매번 반복되는 일상.
나는 나 자신이 환자라는 것을, 그것도 암 수술을 한 중증 환자임을 잊고 산다.
비록 살이 13킬로그램이나 빠져 기운이 없지만, 평소의 나처럼 독서하고, 공부하고, 음악 듣고, 여행하며 살고 있다.
그러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덤핑 증상, 식도에서의 거부반응, 설사, 복통이 찾아올 때마다 '아~ 나 암환자구나. 음~ 그래~ 잊고 있었어~' 라며 현재의 나를 인식하게 된다.
죽을 거라고 생각했던 지난겨울,
수술과 항암을 하며 지나온 봄과 현재의 여름.
마지막 남은 8회 차 항암이 끝나고, 내 몸의 항암제가 빠져나갈 즈음일 여름의 막바지까지...
난 견뎌냈고, 또 잘 견뎌낼 것이다.
그리하여 9월, 가을이 찾아올 때는 나의 몸도 '완전한 나'로 우뚝 서있을 거라고 믿는다.
죽음은 최소한 20년 후, 아니 30년, 40년 후의 일이 되기를......
나의 아들이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내 눈으로 계속 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간절히, 아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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