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새벽에 일어나 여지없이 공부를 하고 있다. 책 읽고 공부하는 '나'는 이미 익숙한 내 모습이고, 내가 평생 추구하는 삶이고, 가장 행복한 상태이다. 항암으로 견딜 수 없이 힘들어 온몸으로 싸울 때, 그 싸움에 지쳐 깊은 잠을 잘 때 이외에도 나는 늘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거나 공부를 했다. 이런 나를 지인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아픈 사람이 무슨 공부냐고 비난 섞인 말들을 퍼부었다. 나는 그런 그들에게 묻고 싶었다. 나와 같은 상황이라면 당신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 건지... 매일 누워있을 것인가? 하루종일 운동만 하고 있을 것인가? 그들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뭔가를 할터인데, '공부'라는 것이 머리 싸매고 하는 것이라는, 매우 어렵고 복잡한 머리싸움이라는 자신들만의 해법으로 바라보고, 자신들의 잣대로 함부로 내뱉는 말임에 나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참 싫었다. 이런 싫은 내색을 하면, 사람들은 으레 '내 생각해서'라고 한다. 에효~ 정말 더 듣기 싫었다.
암환우가 된지 만 5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나는 코로나 시기를 빼고는 계속 일했다. 지금도 다시 영어학원에 취직이 되어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남편과 여행도 가고, 지인들도 만나면서 지내고 있다. 영어학원을 다시 다니게 되니, 부족한 나의 영어실력을 다시 깨닫게 되어, 틈만 나면 공부를 하고 있다. 앞으로 2~3년 후, 나만의 영어공부방을 운영할 꿈도 꾸고 있고, 아니면 지금의 영어학원에서 나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가장 큰 목적은 나의 영어실력 향상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또 말한다. 아픈 사람이 너무 힘들지 않으냐고. 아! 정말 왜 그럴까? 사람들은 왜 남의 영역 깊숙이 침범해 들어올까? 내가 조언을 구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힘들면 내가 알아서 그만두지 않을까? 이러든 저러든 그건 나의 몫이지 않을까? 정말 '선 넘으셨어요~' 하고 말하고 싶을 때가 여러 번 있었다.
그래서 또 배웠다. 나는 다른이들에게 그러지 말자! 다른 사람들의 선 안으로 들어가지 말자! 그들이 원할 때만 '나의 진심'을 '진심'으로 전하자.
이 새벽에 일찍 눈이 떠져서 나는 또 책상앞에 앉아 공부를 한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공부해서 뭐 하는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런데 공부하지 않으면 뭘 할까... 하는 생각이 바로 이어서 든다. 어제는 문득 살아서 뭐 하는가... 하는 생각을 내내 했었다. 그런데 억지로 죽을 수도 없고, 죽어 없어지면 저승이 어떤지 알 수 없으니 그건 잘 모르겠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니, 나라는 존재는 이승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테니, 이 새벽에 공부하는 희열, 푸른 하늘, 떨어지는 낙엽, 봄에 피는 꽃들과 연초록의 세상, 사랑하는 가족의 존재조차 느끼지 못할 테니... 얼마나 아쉽고 서러울까?
왜 공부하는지는 답할 수 있는데, 왜 사는지는 딱히 답을 찾지 못하나, 죽을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고, 죽기에는 이 삶이 아깝다고 생각이 드니, 삶에 대한 애착도 무척 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늘 떠올리는 나는 또 무언가? 죽음이 한번 크게 다가왔었기 때문일까? 유전적으로 부정적인 유전자가 내 안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고자 하는 열망이 누구보다 더 큰 것은 습관으로, 루틴으로 만든 나의 노력일까? 아니면 이것도 내 부모로부터,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요인일까?
이 새벽에 공부를 하다말고, 공부하고 있는 나를 제삼자처럼 내려다보며, 내가 왜 공부하는지, 나는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한 번 더 해본다. 어제는 내내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궁금했다. 장단기의 미래를 꿈꾸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면서도 늘 삶이 덧없이 느껴지는 이유가 뭔지 알고 싶다. 정신과 전문의 찾아볼까 싶기도 했다. 그러다 책 속에서 진리를 찾아보자는 마음으로 돌아섰다. 당분간은, 아마도 내년이라는 한 해는, 내게 바로 그런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사는 이유, 죽음보다 삶이어야 하는 이유, 참다운 삶을 살 수 있는 방법 등등 말이다.
'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발목을 잡는 것 (0) | 2023.12.01 |
---|---|
'나'라는 우주 (1) | 2023.11.25 |
퓨처셀프만 생각하자 (2) | 2023.11.08 |
늘 성장하는 나 (2) | 2023.10.29 |
일요일은 쉬자 (1) | 2023.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