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잠을 푹 잤다.
11시에 잠이 들던, 12시에 잠이 들던 새벽 1,2시면 깨어나 잠이 안 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 스르륵 잠이 들면 다행, 그렇지 않으면 새벽 4~5시쯤 억지로 잠을 청하거나, 아예 꼬박 밤을 새우곤 했다.
암환자에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만큼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잠 잘 자기인데, 잠을 자꾸만 설치니, 내심 걱정이 많이 되었다.
또, 나름대로 바쁜 일정으로 낮잠도 편히 못잤으니, 내 몸이 힘들었음에 틀림없다.
어제는 낮잠도 자고, 밤잠도 정신없이 잤다.
한결 개운한 느낌이다.
사실 어제는 동네 쇼핑을 한 후 점심으로 순대를 사 먹었다.
늘 그렇듯이 식사후 찾아온 설사 대마왕을 맞이했는데, 한 두 번에 끝나는 경우는 몸이 피곤하지 않지만, 세 번의 설사는 급 피곤함으로 이어진다. 거기다 복통까지 있으면 체력 고갈 상태로 전락하고 만다.
어제가 그랬다.
또한 수술한지 6개월이 되어가는데도 가벼운 덤핑 증상이 계속되고 있다.
첫 숟갈에, 물 한 모금에도 덤핑이 오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침이 고이면서 계속 뱉어내게 된다.
그러다 트림이 나오면 그제서야 소화가 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소화기의 불량함이 나를 피곤하고 힘들게 하며 급기야는 무기력증으로 이끌어내곤 한다.
그러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마침내는 침대로 기어들어가게 만든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예전처럼 죽고 싶다는 심정이 되지 않는 것이며, '그래 침대에 올라앉았으니, 책을 읽던지, 졸리면 자면 되지 뭐~. 암환자에게 휴식은 좋은 거니까!'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오랫만에 잠을 푹~ 잤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어제의 무기력증은 이제 사라졌다. 100% 완벽한 상쾌함과 기운참은 아니지만, 적당하게 기분 좋은 아침이다.
암환자에게 좋다는 반신욕을 한 후, 외출할것도 아니지만 샤워하고, 화장까지 했다.
저녁엔 엄마가 해주신 동치미 무를 잘게 잘라 따로 준비해놓고, 오이지무침도 해놓고, 가지냉국(처음 해보는다)도 도전해보려 한다.
사실 어제 하려고 했었는데, 무기력증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기분 좋은 아침, 카페에서 즐기는 재즈음악을 틀어놓고 이렇게 편안하게 일기를 쓰고 있으니 행복감이 밀려든다.
보슬비 덕분에 회색의 흐린 하늘, 약간 어두컴컴한 집 안.....
햇빛이 내려쬐는 날과는 다른 차분함, 안정감이 오히려 나의 기분을 한결 더 부드러운 행복감으로 이끈다.
이 기분, 이 감정 그대로, 오늘을 살아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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