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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책 읽기

퀴팅 - 줄리아 켈러 -

by 짱2 2024. 2. 12.

 

 

 

 

코로나로 직장을 잃은지 1년 반이 지난 작년 2월에 지인으로부터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고 얼마나 기뻐했던지. 부원장이라는 타이틀도 멋졌고, 내 나이에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벅찼었다. 월급이 얼마든지 좋았다. 내 남은 삶을 올인할 마음까지 먹었더랬다. 이런 마음이었던 이유는 내가 열심히 하면 그만큼의 대가가 따라오리라는 순진한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인은 내가 생각한 수준의 사람이 아니었다. 계산적이고 자기 잇속에 밝은 사람이었다. 자기 마음에 맞지 않으면 가차 없이 잘라내는 사람이었다. 이것을 아는 데는 몇 주 걸리지 않았고, 6개월여에 걸친 시간 동안 나는 지옥과도 같은 직장생활을 했다. 그걸 극복하며 여기까지 왔다는 것 자체가 놀라움 그 자체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quitting'을 꿈꾼다. 여기를 그만두고 다른곳으로의 이직을 꿈꾸고, 다 내려놓고 집에서 '쉼'을 선택한 내 모습을 그려본다. 그 이유는 이곳에서의 '희망'을 더 이상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인의 마인드를 잘 알기에, 그녀의 학원에서 나의 성장을 꿈꿀 수 없음이다.

 

그러다 만난 이 책. 

 'quitting'

 

 

저는 '절대 포기하지 마'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게 항상 옳은 전략은 아닙니다. 그동안 노력을 쏟아부었다는 사실을 무시할 줄도 알아야합니다. 노력을 많이 했다고 결과가 더 가치 있지는 않습니다.

 

'grit(끈기)'과는 반대되는 개념인 'quitting'은 항상 옳은 전략은 아니라고 한다. 노력, 끈기가 최선은 아니라고 나를 유혹한다. 맞는 말이다. 그동안 내가 들인 노력이 아까워서 그만두지 못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다. 

 

 

 

퀴팅은 배짱이 두둑해야 할 수 있는 행동이자 매우 위험한 행보입니다.

 

배짱이 두둑하지 않으니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그러나 이것이 내가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나는 어쩌면 배짱이 두둑한 편일 수도 있다. 다만 그만둔 후의 그다음 단계가 없기 때문에 그 용기를 감히 내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의 기분에 취해 불쑥 그만둔 후의 후회를 어찌 감당할 것인가!

 

 

 

퀴팅은 새롭게 시작하는 방법이자 자신이 누구인지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사이에 선을 긋는 일이다. 집중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을 감지했기 때문에 그만두는 것이다. 그러니 필요하다면 언제든 그만두자. 

 

아! 내게 무한한 가능성이 감지된다면 나는 언제든 그만두겠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래서 기다리는 중이다. 그 무한한 가능성의 시간을 내가 만들어낼 때까지.

 

 

 

그녀는 그만두기와 다시 시작하기를 밥 먹듯이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실제로는 그렇게 갑작스럽고 충격적이지 않았다며 '단계와 정도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퀴팅이 껐다 켰다 하는 스위치가 아니라 눈금이 새겨진 다이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여러분은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다. 아직 한밤중에 노트북을 들고 침대에 앉아서 일기를 끄적이는 단계지만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하지만 완전히 중단하고 쉬는 것은 망설여진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놓아버리지 말고 몇 가지만 내려놓으면 어떨까? 퀴팅이 꼭 완벽할 필요는 없다. 

 

갑작스럽고 충격적이지 않은 단계와 정도로 눈금조절 다이얼을 돌리라니, 완벽한  'quitting'이 아니라 몇 가지만 내려놓으라니, 이렇게 반가운  'quitting'이 있나!!! 내가 당장 그만두지 않는 힘을 낼 수 있는,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갑작스럽고 충격적이지 않게, 단계적으로 내려놓기. 그리고 내 실력 쌓아가기. 이것이 나의 'quitting'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