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자주 올라오기에 궁금했다. 다행스럽게도 밀리의 서재에 이 책이 있어서 얼른 서재에 담아두고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인 윤홍균 선생님은 마음을 위해 행동을 우선하라고 한다. 그런데 나의 경우엔 나만의 루틴으로 행동은 이미 앞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계속 흔들리고, 마음이 혼란스럽다. 결국은 그 길을 가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늘 양가감정으로 평온하지 못하다. 내가 옳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이 길이 내게 맞는 길인지 확신이 없다. 그런데 마침 저자는 말한다. 일단 시작했으면 그냥 가라고.
더 나은 선택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결정하기, 이미 선택한 결정에 만족하기, 건강하게 살기가 진짜 중요한 일임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의 내게 가장 필요한 조언이다. 작년 이맘때, 딱 이맘때, 나는 지금 다니고 있는 학원으로 결정을 했다. 내 온 열정을 불사르리라, 앞으로 최소 5년은 어쩌면 10년은 나를 완전히 소진시켜 보리라 마음먹었더랬다. 그런데 학원장의 태도에 그런 내 마음은 곧 사그라들었다. 많은 마음고생을 하며, 지난 1년을 보낸 후, 지금의 내 마음은 그저 월급을 바라보는 월급쟁이로 남았다. 1년의 시간 동안 이미 선택한 나의 결정을 후회도 했고,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의 이직도 고려했었다. 출근할 때의 마음과 퇴근할 때의 마음이 달랐고, 최근에는 사회복지사로 이직할 마음까지 먹었기도 했다. 매일 흔들리는 나의 마음에 휘둘리며 갈피를 못 잡고 불안한 마음과 원장에 대한 미움과 나에 대한 실망까지 계속 이어진 나날들이었다. 이런 나를 어쩌지 못하고 있었는데, 저자는 더 나은 선택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한다. 이미 선택했다면 그 결정에 만족하고, 건강하게 살라고 한다. 진정 맞는 말이다. 1년이나 되었으니 이곳에서의 일은 이미 익숙해졌고, 따박따박 매달 월급은 나오니 그저 이 나이에 월급 받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즐겁게 살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무엇하겠는가!
완벽주의자들은 목표를 지나치게 과하게 잡는다. 그래서 중간 성취감을 충전하지 못한다. 두 달 안에 10킬로그램 감량하기, 하루에 15시간씩 1년간 공부하기, 스트레스 받지 않고 열심히 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기쁨 주기, 비난을 들었을 때는 쿨하게 넘기기, 친구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 이런 어려운 것들을 한 번에 성공하려 한다.
욕구의 그릇이 있고, 그 그릇이 채워져야 보상 중추가 만족감을 트끼는데, 다급한 마음에 그릇의 크기를 키워버리는 게 완벽주의다. 그래서 성취를 해도 뇌에서는 기준치를 만족하지 못했으니 "한 번 더!"의 신호가 생성되지 않는다. 그럼 뇌에서는 만족감의 결핍을 한 방에 채우려고 점점 더 큰 그릇을 준비하고, 그럴수록 허탈감이 의욕을 지워버리는 악순환에 빠진다.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완벽을 추구할 때 생기는 참사다.
이 글을 읽으며 내가 '완벽주의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스로 감당하기 벅찬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며 살아왔으니, 얼마나 힘든 삶을 산 것인가! 물론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발전도 있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제 내 나이도 있고, 암경험자이고, 건강하지 못한 이 몸으로 더 이상의 완벽주의는 이제 그만 내려놓는 것이 맞을 거 같다. 과한 욕심, 과한 계획은 내려놓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적당하게 계획하고, 실천하면서 만족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만들어야 하겠다.
저자는 10년을 다짐하며 마음을 가라앉혀보라고 한다. 결국 성공하는 삶을 살게 될것이지만 중간중간 여러 프로세스를 거치긴 할 거라고. 내가 이 학원에서 과연 10년을 있게 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최소 1년 즉, 내년 이맘때까지는 한 번 더 견뎌볼까 생각 중이다. 그렇게 또 1년이 가면 다시 1년을 더 견디고, 그렇게 되면 3년이 된다. 길지 않은 근무시간이니 오전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고, 오후 시간은 학원일 하면서 내 삶을 즐겁게 살아낼 수도 있을 거 같다. 건강에 우선순위를 두고.
여러가지 면에서 완벽주의는 양가적인 특성이 있다. 겉으로는 강건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두려움이 있고, 목표 지향점은 높지만 낮은 자존감에서 출발한다. 단점이지만 장점처럼 사용하고, 생산적으로 보이지만 쉽게 지치게 한다. 그래서 완벽주의를 다루기 위해서는 완벽주의에 대한 양가감정에 공감해야 한다.
내면의 두려움, 낮은 자존감... 인정하고 싶지 않으나 어쩌면 정답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완벽주의는 바로 여기서 출발했는지도... 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열망...
지인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았다. 나의 완벽주의가 나를 힘들게했노라고. 그러자 지인은 나에게 말했다. 그렇게 살았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고. 자신은 중도포기를 했고, 그래서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또한 자신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자신의 아이들조차도 끈기가 없노라고. 이 말을 들으니 지금의 내 모습은 완벽주의 덕분이기도 했다. 그리고 참 열심히 잘 살아왔음도 인정한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내려놓으려 한다. 내 나이, 내 건강을 생각하고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을 하려 한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을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의 기질상 그건 힘들다. 다만 내가 힘들지 않을 정도로만, 즐겁게 삶을 즐기는 수준으로 도전하고, 놀듯이 노력하다가 힘들다고 생각되면 살짝 내려놓으면서 가려고 한다.
지치지 않는 사람들은 초인 같은 의지나 정신력을 수련한 사람들이 아니다. 잘 먹고, 잘 자고, 틈틈이 놀러 다니면서 가끔은 늦잠도 자는 현실적인 사람들이다. 최선을 다해 살지만, 늘 최선을 다하지는 못하는 허술한 사람들이 잘 산다.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건강이 좋지 않으니 공부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졸고 있었다. 그런 내 자신이 미웠다. 집중하지 못하는 것도 싫었고, 몸이 이겨내지 못하는 것도 용서가 안되었다. 이해를 하면서도 싫었다. 시간이 없는데, 내가 목표한 지점에 가 닿으려면 잠을 잘 시간이 없는데, 왜 졸린 건지 화가 났었다. 그러나 내가 진정 가 닿으려는 그 목표는 무엇이고, 내가 진정 간절히 원하는 그것인지도 확실치 않았다. 내 공부의 목적은 무엇인가! 대학원? 공부방 창업? 해외여행? 그 어느 것도 아니다. 나는 영어가 좋고,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치고 싶고, 지금보다 좋은 실력을 갖추고 싶을 뿐이다. 이것이 빨리 가야 할 이유가 될까? 오히려 천천히 가면서 이 공부를 즐기는 것이 내 건강에도 좋고, 나의 영어능력을 키우는 것에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지인들도 만나고, 남편과 여행도 가고, 독서도 하면서 나름대로 즐기고 있다는 착각을 했다. 그러나 공부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정작 그러하지 못했다. 계획을 세우고 나를 채찍질 했다. 오늘 여기까지는 이만큼 나갔어야지 하면서... 이제 이런 공부는 내려놓자. 내가 좋아하는 영어공부를 제대로 즐기면서 하자. 내가 구입한 책들을 언제 다 보나 하면서 한숨 쉬지 말고, 앞으로 10년 동안 천천히 볼 거라 생각하자. 해야 할 것들이 많으니 얼마나 좋은가! 나는 다 해낼 수 있고, 또 만약 그러하지 못한다고 해도 섭섭해하지 말자. 나를 자극시키는 동기부여제가 됐으면 그만이니.
"최선을 다해 살지만, 늘 최선을 다하지는 못하는 허술한 사람"이 되자!!!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서 현재에 몰입하고, 행동하라고 한다. 이 글 초반에 썼듯이 행동력은 앞서나 마음지구력은 참 약한 나에게 생각을 접으라고 한다. 어쩌면 나는 행동력이 강한것이 아니라 마음지구력이 한없이 약한데, 행동력으로 나름 버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지난 5년 세월 동안 나의 행동력을 강화시킨 결과 지금 이만큼 해 낸 것은 아닌지... 다만 이런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으로 인해 나의 행동과 마음지구력의 상태를 인색했고, 앞으로 흔들릴 때마다 현실에 더 충실하게 몰입하는 삶을 살아가련다. 낮에는 걷고, 밤에는 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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