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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편

오늘의 약속

by 짱2 2024. 5. 28.

 

 

오늘의 약속

 

덩치 큰 이야기, 무거운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조그만 이야기, 가벼운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아침에 일어나 낯선 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든지

길을 가다 담장 너머 아이들 떠들며 노는 소리가 들려 잠시 발을 멈췄다는지

매미 소리가 하늘 속으로 강물을 만들며 흘러가는 것을 문득 느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남의 이야기, 세상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우리들의 이야기, 서로의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지나간 밤 쉽게 잠이 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든지

하루 종일 보고픈 마음이 떠나지 않아 가슴이 뻐근했다든지

모처럼 개인 밤하늘 사이로 별 하나 찾아내어 숨겨놓은 소원을 빌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실은 우리들 이야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은 걸 우리는 잘 알아요

그래요, 우리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오래 헤어져 살면서도 스스로 

행복해지기로 해요

그게 오늘의 약속이에요.

 

- 나 태주 -

 

 

 

지인들의 이야기만 들어주어도 되는데,

내 이야기만 하려고 했다.

그리고 내 이야기가 그들에게 가 닿지 않아 무척 힘들었고,

내 이야기가 그들에게 물들어가는 것에 행복해했다.

맞다. 그건 당연한거다. 내가 인정받는 거 같으니까.

그것이 내가 노린것이니까.

그러나 나의 대화 상대는 얼마나 허전했을까?

지인의 마음이 내 마음에 와닿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면...

 

남 이야기, 그리고 나만의 주절거림

참 허망한 것들...

 

이젠 찐 이야기를 듣자.

내가 아는 이들의 가슴속 이야기를 들어주자.

나의 이야기는 내 심연 깊은 곳으로 들어가 이곳에 글로 남기자.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남이 알아주지 않으면 어떠하랴!

 

심연, 수련, 정적, 승화...

배철현 교수님의 책과 함께

아름다운 시 한 편과 함께 

나는 나만의 철학과 명상으로 빠져들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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