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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편

족쇄 - 정 호승-

by 짱2 2024. 7. 31.

풀어주세요

이제 복종의 날은 끝날 때가 되었어요

해가 지면 무덤에서 내 힘으로 풀 수 있지만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오늘도 당신이 풀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풀어주세요

당신의 족쇄를 찬 내 발목은 이미 허물어졌어요

그동안 복종은 사랑을 주었지만

사랑은 맹종을 가르쳐

이제 며칠만 더 있으면 무릎까지 허물어져

더이상 족쇄를 채울 수 없어요

 

풀어주세요 부디

사랑에는 반드시 자유가 필요해요

어느 날 내가 청년이었을 때

당신이 내게 족쇄를 채웠으므로

당신이 풀어주지 않으면 아무도 풀 수가 없어요

 

 

 

 

 

시인은 하느님을 많이 사랑하는가 보다.

 

당신이 채워주신 그 족쇄가 무거운가?

그 무게를 느끼고 싶다.

나는 그 족쇄가 무겁고 나를 옭아맬 거 같아 뒤로 빠져있다.

내 곁에 당신이 있음을 깊은 곳으로부터 느끼고 있는데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어느 날 내가 젊었던 시절에

당신이 내게 족쇄를 채워주려 다가왔었을 때

조심스럽게 들었다 내려놓았는데

계속 뒤돌아보며 힐끗거려도

무겁게 그 자리에 머물러 있어

언젠가 스스로 채울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오늘도 그저 힐끗거리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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