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를 부른다
아침부터 밥도 먹기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나를 부르나 싶어
뒤돌아봐도 아무도 없다
또 누가 나를 부른다
뒷골목에 저녁 어스름이 지는데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를 부르나 싶어
얼른 뒤돌아봐도 아무도 없다
저녁을 먹고 거실에 앉아
TV뉴스를 보다가 잠깐 졸았다
검은 창밖에서 누가 또 나를 불렀다
창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다
새벽에는 비가 왔다
빗속에서 누가 또 나를 불렀다
빗소리인가 싶어 얼른 창문을 열었다
새소리가 들렸다
나는 누가 나를 자꾸 부르는지
그제야 알아차리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부르시면 가야 한다
당신이 부르시는 소리는 새소리를 닮았다
누가 부른다고 시인은 자꾸 말할까?
그러고는 아무도 없단다.
돌아가신 어머니도 아니고, 아버지도 아니고, 빗소리도 아니라더니
새소리를 닮은 그분의 소리였구나!
아! 어쨌든 시인은 그 소리의 실체를 알아차리고 바로 무릎을 꿇는다.
내게도 들리는 희미한 그 소리...
어서 오라는 말로도 들리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다가
네가 오고 싶을 때 그때 천천히 오라고도 하는 그 소리
언젠가 네가 돌아올 곳은 당신 곁이라고 한결같이 속삭이는 소리.
믿음이 약하다 못해 없다시피 한 나에게
늘 머무는 그것은 무엇일까?
진정 당신이 있어 나를 부르는 그 소리일까?
내가 만들어낸 허상의 소리일까?
그 무엇이던지 결말은 하나구나!
내가 돌아갈 곳은 바로 당신 곁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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