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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독서, 글쓰기, 유튜브

by 짱2 2024. 10. 25.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 다섯 명의 평균 모습이 바로 당신이다." 그렇다면 절망이다. 나는 오래도록 멘토를 찾았으나 그 대상은 결코 사람으로 귀결되지 못했다. 나의 괴팍한 성격, 까다로운 예민함이 누군가를 만족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그 대상을 갈구하며 살아왔다. 언니도 오빠도 없었고, 부모님이 그 역할을 해주실 수 있는 역량이 되지 못했으며, 스승으로 모실 누군가를 찾아내기엔 내 삶이 빡빡했다. 그리고 면적도 좁았다. 늘 힘들었다. 조언을 구하고자 주변을 둘러보아도 늘 혼자였다. 그래서 책을 읽었는지, 책이 있어서 멘토가 절실하지 않았는지는 확실치 않다. 뿐만 아니라 난 늘 글을 썼다. 지금이야 이렇게 컴퓨터를 이용해 글을 쓰지만 약 50년 전부터 꾸준히 손글씨로 일기를 써왔고, 요즘 흔히 말하는 to do list를 썼다. 어쩌면 '이생망'이라며 마감했을지도 모를(무서워서 그러지 못했을 거 같지만) 내 삶을 그래도 잘 견뎌내고 이만큼 끌고 온 것은 활자와 함께 한 덕분이 아닐는지... 

 

 

 

 

 

주변의 다섯사람을 끌어다 세울 수 없음에 좌절 비슷한 마음이 들었는데, 유튜버 중의 한 사람이 짐론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 다섯 명의 평균 모습이 바로 당신이다."라는 주제로 이야기하면서 그 대상이 굳이 사람이 아님을 이야기할 때 나는 무릎을 '탁' 쳤다. 그렇다.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굳이 내 곁에 있는 사람이어야 할 이유가 없지. 멀리 있는 누군가여도 내가 늘 마음으로 가까이하고 있다면 그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물건이거나 행동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나에게 그 다섯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가족, 지인, 독서(공부), 글쓰기, 그리고 유튜브(인터넷). 가족과 지인은 하나씩 카테고리로 뭉뚱그렸다. 그들을 따로 한 명씩 떼어낼 만큼 지금의 내게 그다지 중요하지도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도 않으니. 그들은 나에게 사랑으로 다가오는 존재이고, 감성적인 부분에서 나를 따뜻하게 해 주기에 성장의 발판이 되어주는 존재다. 오히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독서와 글쓰기가 나를 가장 많이 성장시키는 요소다. 그렇게 네 개를 생각한 후 마지막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 중의 하나가 유튜브라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면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유튜브를 통해 좋은 말을 듣고 자극을 받고 나의 열정을 불사른다. 물론 가끔 쇼츠에 빠져서 시간을 낭비할 때도 있지만 그런 날은 오히려 많은 반성을 하며 나를 다잡기도 할 만큼 중독의 상태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말을 할 수 있겠다. 앞으로도 유튜브의 단점에 휘둘리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도록 늘 긴장해야 하겠지만. 

 

누군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멘토로, 또는 유튜버를 멘토로 삼기도 한다. 나도 한때는 김미경 쌤을 추앙했었고, 내가 다니던 학원의 원장님을 남몰래 멘토로 삼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런 것도 그런 때가 지나면 함께 사라지고 또 다른 무언가로 채워지는가 보다. 현재의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아닌 대상은 그야말로 내 삶을 풍성하게 해 주고 위안을 주는 독서(공부)와 글쓰기 그리고 유튜브다. 유튜브가 순위에 올라온 이유는 나의 독학의 필수품 이어서다. 미술공부, 영어공부, 음악공부 등 나의 모든 공부는 인터넷, 유튜브를 통해서 한다. 캘리그래피도 다시 학원을 다닐까 하다가 그냥 유튜브로 마음을 굳혔다. 이젠 집에서 뭐든지 독학으로 가능한 세상이 되었으니, 어딘가로 오가는 시간, 그곳에 가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 비용 등이 전혀 필요 없다. 얼마나 좋은가! 2024년 10월 14일로 나는 스스로 나만의 영문학과 학생이 되었고, 그 캠퍼스와 교수님, 동기들은 모두 인터넷 세상이다.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는 집이다. 안방은 오로지 잠을 자는 공간이다. 공부하다가도 졸리면 무조건 침대에 누워 잔다.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내 몸이 원하는 대로 잠을 자고 일어난다. 거실은 남편의 공간이다. 남편은 그곳에서 그가 가장 좋아하는 TV를 보고,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잠을 잔다. 거실이라는 공간이 오픈되어 있을 뿐이지 오롯이 남편만을 위한 공간이다. 주방은 남편과 나를 위한 건강식을 준비하는 공간이고, 주방 옆 가장 작은 방은 보조 주방이다. 그리고 중간방은 나의 공부방이다. 내가 공부하고, 책 읽고, 글 쓰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다. 좀 더 넓었으면 좋겠고, 좀 더 좋은 시스템 책상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지만, 온전히 나만을 위한 공간이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손 뻗으면 필요한 것이 모두 있는 공간이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다. 앞으로 4년의 나만의 대학생활을 이곳에서 찐하게 보내고 나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환갑으로 맞이할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사람들에게는 당분간 말하지 않을 생각이다. 부끄럽게도 내 주변의 지인들은 나의 이런 공부의 길을 환영하지 않는다. 그것이 그들의 질투인지 무지인지 난 모르겠다. 그 무엇이든 맘에 안 드니까. 그래서 내가 나의 지인들을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그들이 나의 멘토가 될 수 없는 이유다. 4년 후, 내가 지금의 이곳, 이 상황에서 나아가 내가 꿈꾸는 어딘가에 있을 때, 그때는 '사람 멘토'가 있어줄까? 아니, 어쩌면 내가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줄 수 있을까? 꼭 그렇게 되고 싶다. 누군가 나의 멘토가 되어 있거나, 내가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 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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