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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수련, 정적, 승화

정적3 - 명심(銘心)

by 짱2 2025. 4. 26.

명심(銘心) - 심장에 새긴 생각

 

제목으로 다했다. 이 부분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다. 그저 꼭 기억해야만 한다는 의미로 '명심해라'라고 명령하듯 했던 말이었는데, 심장에 새긴 생각이라니... 저자는 언어학자답게 언어 자체가 가지는 고유의 의미를 그대로 풀어내고, 그 의미는 그 어떤 것보다도 훨씬 명료하고 적확해서 마음에 콕 새겨진다. 내가 배철현 교수님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고, 지금 이렇게 글로 쓰는 과정이 끝나면 손으로 필사할 생각까지 하는 이유다. 그의 생각이, 그의 철학이 내게 오롯이 물들었으면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머리로 배운 것을 가슴으로 내리는 데 40년이 걸린다. 우리는 학습을 흔히 오랫동안 기억하려는 수고라고 착각한다. 시각적인 글이나 청각적인 말을 통해 배운 것을 머리에 간직하려 한다.

기억으로 존재하는 지식은 내 말과 행동을 통해 배려와 친절로 드러나야 한다. 만일 지식이 지식으로만 정체된다면 그것은 이념이 되어 나를 옥죄는 올무가 되고 타인을 배척하는 무기가 될 것이다.

 

머리로 배운것을 가슴으로 내리는 데 40년이 걸렸다니... 저자가 그러할진대 나는 오죽할까. 머리로 배운 것이 머리에 남기도 쉽지 않아 공부하고 또 공부하는 내게 가슴까지 내려와 명심하게 된 가치는 무엇이 있을까? 부끄럽지만 없다. 아직 가슴까지 내려와 내가 명심하고 또 명심하는 가치가 없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늘 가슴이 허전하고, 때론 갈피 없이 살아가는 것 아닌지...

 

명심, 심장에 새긴 생각, 믿음이다. 저자는 말한다. 믿는다는 것은 그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서 구체적으로 구현하려는 삶의 태도라고. 그런데 나의 경우엔 머리에서 가슴으로도 아직 내려오지 않았으니,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한 상태이다. 그렇기에 그런 상태가 되고자 매일 이렇게 공부하고, 사색하고, 명심하려 애쓰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겠지.

 

 

 

믿음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헤아리려는 생각훈련이며, 그 훈련을 거쳐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찾아내는 수고다. 믿음을 가진 자는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는 소중한 가치를 소유한다. 

진실이란 그런 믿음이다. 진실이란 자기신뢰이며, 그 가치를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다. 내가 스스로 고요한 중에 나의 마음을 수련하지 않으면 친절과 진실이 나를 떠난다.

 

저자는 해결방안을 내놓는다. 생각훈련을 하라고. 가장 소중한 것을 찾아내는 수고를 하라고. 

작년 10월 14일에 스스로 영문학과 대학생이 되었다. 다른 학과를 선택할까, 25학년도 방송대 영문학과에 다시 편입할까 고민했었다. 그러다 굳이 짜여진 커리큘럼으로 공부하는 그런 공부가 크게 의미 있어 보이지도 않았고, 이미 그 과정도 겪어봤기에 또 같은 여정을 반복하고 싶지도 않았고, 불필요한 기말시험 따위를 치르고 싶지도 않았다. 내게 필요한 것은 정말 영어공부였고, 독학으로 공부하는 것이 익숙하니 혼자서 커리큘럼을 짜고 공부하자 마음 먹었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내가 시작하는 그날이 될 테니, 그날부터 영문학과 대학생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4년 과정의 공부를 시작했다. 2024년 10월 14일에 입학했으니 2028년 10월 14일에 졸업할 예정이며 4년의 과정이 끝나면 해외어학연수도 생각하고 있다. 물론 해외어학연수도 남들처럼 1년, 2년의 과정이 아니라 그저 몇 주에 그치는 배낭여행정도일 테지만, 온전히 나의 영어실력으로 영어권 나라를 다녀오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그리고 지금 열공 중이다.

 

2028년 10월 14일은 정확한 날짜까지는 아니지만 나에게 꽤 의미 있는 시기가 된다. 내가 환갑이 되는 시기이다. 그래서 해외어학연수도 환갑을 맞이한 나에게 스스로 주는 선물인 셈이다. 이렇게 딱 맞아떨어질 줄이야~ 그렇게 환갑에 초점이 맞춰지니 영문학과 학생으로서의 마침표도 중요하겠지만, 내 삶의 중요한 지점이 되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내 삶의 모든 것을 한 번쯤은 정리하고, 뭔가 중요한 것을 찾는 시점도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다면 4년 동안 영어공부만 할 것이 아니라 저자가 말하는 그 중요한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껏 헤매고 살았으니 환갑 이후의 남은 삶은 내가 눈 감을 때 여한이 없을 삶이 되고 싶었다. 내 삶의 목표를 확실히 알고 싶었다. 그리고 그 목표는 이제쯤은 사회에 무언가를 환원하는 삶이고 싶었다. 그것이 나의 소명이 아닐 수 있지만, 소명인척하며 살아보기라도 하고 싶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 내 삶의 이유, 내 삶의 목표... 난 이런 것들이 참 궁금하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런 거 없다고. 그런거 몰라도 된다고. 그냥 사는 거라고. 그런데 난 아니다. 난 그런 것이 분명 있을 거라고 믿고 있고, 알고 싶다. 지금까지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은 나의 배움이 짧은 탓이고, 나의 사색, 나의 고뇌가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4년의 과정 아니 시간이 지났으니 이제 3년 반의 시간 동안 열렬히 알아갈 생각이다. 그래서 내가 이 책들을 읽고 또 읽는 것이고,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이고,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다. 내가 환갑이 되는 그 시점의 찬란한 삶이 기대되는 까닭이다.

 

 

 

 

심장은 마치 조각가가 문자를 새겨 넣어야 할 석판과도 같다. 친절과 진실을 마음의 석판에 새기는 작업이 배움이다.... 한자, 명심(銘心)은 배움의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 배움은 자신의 머리가 아니라 심장에 그 내용을 새기는 작업이다. 배움은 나의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최선의 가치다. 배움을 통해 자신의 삶을 조금씩 개선하려 노력하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정돈되어 있고, 스스로에게 친절하다. 그런 사람이 남에게도 친절하다.

 

배움은 끝이 없다는 말이 있는 이유다. 머리가 아니라 그 멀고도 먼 심장에 새겨야 하니까. 명심해야 하니까. 내가 변해야 하니까. 나에게도 친절하고, 남에게도 친절한 성숙한 어른이 되어야하니까. 

 

 

기원후 2세기 랍비인 벤 조마는 '탈무드' 중 '선조들의 어록' 4장 1절에서 이렇게 말한다.

누가 지혜로운가?

---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사람이다.

누가 강한가?

---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는 사람이다.

누가 부자인가?

--- 자신의 몫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누가 존경받을 만한가?

--- 자신들의 동료들을 존경하는 사람이다.

 

두고두고 마음에 새겨야 할, 명심해야 할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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