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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편15

콩 씨네 자녀 교육 - 정 채봉 - 광야로내보낸 자식은콩나무가 되었고, 온실로들여보낸 자식은콩나물이 되었고.     광야까지는 아니어도대학생이 된 아들을 중국으로 보냈다.한 학기가 지나면 돌아오겠다며 가기 싫어하던 아들은가능한 세 학기 모두 지난 후 돌아왔다.2년의 중국 유학, 그리고 거의 2년에 가까운 군 생활...그렇게 아들과 우리 부부의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다. 제대한 후, 취업 하기까지 거의 2년...아들은 이제 완전히 분가를 하겠다고 하였다.그렇게 아들과 우리 부부의 물리적 거리는 완전히 끝맺음을 했다.너 따로, 우리 따로...그리고 그 아들에게 다른 여인이 생겼고,결혼을 했다.이젠 정신적인 거리까지 멀어졌다. 그는 콩나물이 아닌, 콩나무가 되었다.혼자서 이 세상에 홀로 섰고,제 밥벌이 하며, 한 가정을  이끌고,사랑하는 이와 알.. 2024. 7. 8.
함께 간다는 것 - 문 삼석 - 함께 간다는 것은줄 맞춰 나란히 간다는 게 아니야 모두가똑같은 걸음으로 간다는 것도 아니야 어느 때는 늦게어느 때는 빠르게 걸어가더라도 같이 가는 옆 사람의걸음을 살피며 가는 일이야 그 걸음 속에 들어있는 마음들을 읽으면서 가는 일이야    성질 급한 나는 뒤처지는 누군가가 싫었다.마구 끌고가야 했고,따라오지 않으면 참을 수 없었다. 나보다 먼저 가는 이는 또 얼마나 미워했는지...질투하고 외면했다. 이제야 조금 이해한다.모두 나와 같을 수 없음을...각자의 속도대로 가는 것을,그리고 그게 맞다는 것을... 2024. 7. 8.
엄마, 저는요 -이 해인 - 엄마, 저는요새해 첫날 엄마가저의 방에 걸어준고운 꽃달력을 볼 때처럼늘 첫 희망과 첫 설렘이 피어나는그런 마음으로 살고 싶어요 첫눈이 많이 내린 날다투었던 친구와 화해한 뒤손잡고 길을 가던 때처럼늘 용서하고 용서받는그런 마음으로 살고 싶어요 엄마, 저는요장독대를 손질하며 콧노래를 부르시고꽃밭을 가꾸시다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시는엄마의 그 모습처럼늘 부지런하면서도 여유있는그런 마음으로 살고 싶어요    늘 고운 글을 쓰는 이해인 수녀님희망과 설렘, 용서, 부지런함과 여유...이런 마음으로 세상을 산다면 그건 그 누구보다 자신에게 전하는 선물이겠다. 고운 삶을 살고자 열망한다.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열망한다.그러기위해 노력하면서... 산다. 2024. 7. 7.
묵주 기도 - 황 옥연 - 구슬 속에 담긴 예수님 이야기구슬 속에 담긴 엄마 이야기옛날 옛날에엄마랑 예수님이랑 살고 가신 이야기 구슬 속에 담긴 하늘 이야기구슬 속에 담긴 세상 이야기옛날 옛날에예수님이 가르쳐 주신사랑 이야기                어쩜 이렇게 동시처럼 예쁠까?어쩜 이리 고울까?묵주기도를 무척이나 지루해하는 나는 부끄러워진다.묵주에 담긴 그 많은 사랑 이야기를 나는 언제쯤 품을 수 있을까? 2024. 7. 6.
혼자서 혼자서 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보다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도란도란 더 의초로울 때 있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오직 혼자서 피어있는 꽃이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힘들어 하지 말아라. - 나 태주 -  스스로 혼자임을 선택했다.군중이 나를 고립시킨 것도 아니고 따돌림한 것도 아니다.그들은 나를 간절히 원한다. 모든 장소에 나를 불러들이고 싶어 한다.그러나 난 그런 덩어리가 싫다.점점 더 싫어진다.나이가 들면 친구들이 많아야 좋다는데, 난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좋다.그 시간을 독서와 나만의 지적 욕망으로 채우는 것이 훨씬 더 좋다. 스스로 선택한 '혼자'그래서 당당하다. 시인은 힘들어하지 말라고 한다.그건 이미 그 사람은 혼자이고 싶지 않았으나 혼자된 자.. 2024. 6. 19.
오늘의 약속 오늘의 약속 덩치 큰 이야기, 무거운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조그만 이야기, 가벼운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아침에 일어나 낯선 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든지길을 가다 담장 너머 아이들 떠들며 노는 소리가 들려 잠시 발을 멈췄다는지매미 소리가 하늘 속으로 강물을 만들며 흘러가는 것을 문득 느꼈다든지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남의 이야기, 세상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우리들의 이야기, 서로의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지나간 밤 쉽게 잠이 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든지하루 종일 보고픈 마음이 떠나지 않아 가슴이 뻐근했다든지모처럼 개인 밤하늘 사이로 별 하나 찾아내어 숨겨놓은 소원을 빌었다든지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실은 우리들 이야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은 걸 우리는 잘 알아요그래요, 우리 멀리 떨.. 2024. 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