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727 죽음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2018년 12월, 여느 짝수해와 다름없이 건강검진을 했다. 날짜에서 보여지듯, 미루고 미루다 그 해가 가기 전에 부랴부랴 예약하고 검사를 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어떤 이유로든 병원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의 성향 탓과 함께, 매일 술을 마시던 나의 일상이 검사를 위해 술을 조금이라도 자제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수반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귀찮았던 건강검진을 마치고 일상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는데, 건강검진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결과지를 받아보시기 전에 병원에 오셔서 선생님을 만나보셔야겠다고. 그렇게 나의 '암'은 시작되었다. 정확하게는 그 이전, 몇 년 전부터 암이 시작되었겠지. 그렇게 내가 '암환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건강검진센터에서 큰 병원으로 가라했고, 2019년 .. 2024. 9. 17. 체력과 공부의 중간에서 어제는 정말 하루종일 잠만 잤다는 표현이 맞을법한 날이었다. 책상 앞에 앉아 독서를 하는데 한없이 잠이 몰려왔다. 생각했다. 그래! 내 몸이 원하는 거니 실컷 자보자! 무조건 잤다. 한 번 실컷 잤다는 느낌과 함께 눈을 떴는데 몸이 후들거렸다. 나의 그 증상, 당 떨어진 그 증상... 없는 힘을 모두 모두어 포도 한 송이를 재빠르게 씻어서 앉은 채로 다 먹어치웠다. 기운이 조금 난 틈을 타 음식을 섭취하고 다시 책을 읽다가 또다시 졸음이 찾아오기에 또 잤다. 저녁 무렵, 남편이 퇴근 중이라는 전화를 해서 또 깼다. 아마 그 전화가 아니었으면 얼마나 더 잤을지 모르겠다. 남편과 저녁을 먹은 후 이 닦고 세안하고 침대에 누워 책을 읽었다. 그런데 또 자고 싶다는 느낌이 들어 책을 덮고 잠을 청했다. 다시 잠.. 2024. 9. 11. 마음 해방 - 곽 정은 - 방송으로 그녀를 볼 때면 참 야무지고 차갑고 냉정하고 똑 부러지게 말 잘하는 차도녀로 생각했었다. 어쩌면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을지도... 그런 그녀도 삶의 궤도를 몇 바퀴 돌고 자신 안으로 들어와 많이 성숙해진 듯 느껴졌다. 그녀가 이혼을 했다는 얘기 정도만 얼핏 들었던 거 같았는데, 그녀의 외로움의 방향이 안쪽이 아닌 바깥쪽을 향했고, 그 결과는 마흔 중반의 그녀를 오히려 독신으로 남겨놓았다. 내가 그녀에게 가장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했던 것이 바로 그 '외로움'이란 단어였다. 그녀에게 결혼해서 아이가 셋이나 있는 주부가 외롭다고 디엠을 보내왔다는 내용에서처럼 나 또한 그러했음을. 그리고 그 진저리 나는 외로움의 출구를 바깥에서 찾았음을. 독서와 공부라는 건전한 예쁜 길을 걸어가면서도 지독한 외로움.. 2024. 9. 10. 행복한 화이팅 '고명환'이라는 개그맨을 그저 이름만 들어서 알고 있었고, 그가 사고로 죽음의 문턱에까지 갔었다는 사실도 시간이 많이 흐른 후, 그가 책을 낸 다음에야 알게 되었다. 사람이 죽음을 코앞에 두고 다시 내 삶의 영역으로 되돌아왔을 때 그야말로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자신이 가진 성격대로, 자신의 버릇대로, 습관대로, 하던 대로 다시 돌아가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다. 그러나 나도 죽음을 가까이 접한 후 달라졌고, 고명환도 책을 읽으며 다른 사람으로 거듭났다. 그러고 보니 단순히 죽음이 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닌 죽음으로 인해 책을 읽게 되고, 그 책이 사람을 변화시킨 거네. 어제 고명환 저자의 출판기념회에 당첨이 되어 다녀왔다. 그동안의 책은 밀리의 서재를 통해 읽었는데, 이번에는 책 세.. 2024. 8. 31. 독학력1 - 고요엘 - '독학력'이라는 제목이 나를 확~ 이끌었다. 나에게 독학은 '나의 힘'이라고 그야말로 힘주어 말할 수 있다. 어릴 적 불우한 환경이라는 말은 나에게 어쩌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가난했으나 굶주릴 정도는 아니었고, 폭력적인 아빠가 존재했으나 자식에게까지 손찌검을 하지는 않았고, 신체적 결함을 가졌으나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물론 겉으로 봤을 때이고 벗겨놓으면 눈에 확 띄는 장애이고 그로 인한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장애등급 6급인) 그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대학을 보낼 만큼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엄청 공부를 잘했으면 도둑질을 해서라도 대학을 보내주셨을 부모님이고, 나야말로 부모님의 상황이 어떠하던지 단식투쟁을 해서라도 등록금을 원했을 테고, 스스로 몸을 팔아서라도(?).. 2024. 8. 29. 나의 엄마 엄마와 나는 나이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지 않는다. 엄마 나이 또래의 여성들이 결혼하던 시기에는 지금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결혼하는 풍습이 있었던 데다가 엄마 본인이 보통의 결혼 적령기보다 조금 빠르게 결혼을 했고, 결혼과 동시에 바로 임신이 되어 나를 낳았기에 지금의 엄마 나이는 이제야 80을 바라보고, 나와는 스물두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나는 50대, 엄마는 70대. 나이차이를 생각해보면, 그리고 요즘 나이 드신 분들의 생활 수준이나 지적 능력을 생각해 보면 엄마와 내가 커다란 세대차이가 나고, 전혀 맞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여지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엄마와 대화를 하면 답답함이 밀려오고, 전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 나에게 엄마는 참 소중한 존재이고, .. 2024. 8. 24. 심연 8 사유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거룩한 선물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나는 내 생각의 가감 없는 표현이다. 나의 얼굴, 몸가짐, 내가 처한 환경은 내 생각을 그대로 반영한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도, 내 생각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 미래는 조각가 앞에 놓여 있는 다듬어지지 않은 커다란 돌덩이다. 머릿속에 그려놓은 생각들을 어떻게 쪼아내고 갈고 다듬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의 조각품이 탄생할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이것은 나의 오랜 사유의 대상이었다. 나는 누구인지, 내가 왜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아마도 현재 내 삶에 자신감이 없는 탓이었을까? 이렇게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사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냐고. 그냥 사는 거지. 그냥 산다고? 그럼 안.. 2024. 8. 19. 혼자 자기보다 더 뛰어난 재능과 취향을 가진 사람이 없는데 누구와 친구가 되겠는가?이런 사람은 자신만 의지하는 편이 낫다. 절대자와 같은 상태이기 때문에 스스로 행복하다. 잘난 척을 하려는 게 아니다. 나보다 더 뛰어난 재능과 취향을 가진 사람이 내 주변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거다. 그만큼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못났다는 의미이기에 부끄럽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을 찾아 나설 만큼 부지런하지 않음도 부끄럽고, 막상 그런 사람이 앞에 있으면 질투심으로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마저 거둬들이는 나에게 절망적인 마음이다. 이런 내 마음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싶다. 한동안 나에게 멘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부르짖었던 적이 있더랬다. 내 안의 그 무엇을 끌어내주고, .. 2024. 8. 16. 그냥 즐기자 얼마 전 강원도 영월을 지나오다 점심 먹으려는 장소가 '소금빵'으로 유명한 집 근처임을 알고 점심식사 전에 들러서 빵을 예약하고자 마음먹고 들렀다(예전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소금빵을 못 사고 집으로 돌아온 기억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소금빵이 나오는 시간이었고,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나의 차례도 쉽게 돌아와 기본 소금빵 4개에 만 원어치, 그리고 마늘소금빵 1개를 샀다. 기쁜 마음으로 남편과 마늘소금빵 한 개, 기본 소금빵 한 개를 나눠 먹었는데, 내 입맛에는 기본 소금빵이 깔끔하고 좋았다. 먹고 남은 3개는 냉동에 넣어두었다가 에어후라이어에 구워 먹으라고 하기에, 며칠 전 남편과 2개를 구워서 하나씩 나눠 먹었는데, 바로 먹는 것보다 더 맛있는 것이 아닌가! 그야말로 '겉바삭 속촉촉'의.. 2024. 8. 15.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8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