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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왜 살까? '한국이 싫어서'라는 영화를 보고 싶었었다. 좀 더 대중적인 영화를 보느라 놓쳤었는데, 오늘 남편이 모임 때문에 외출한다기에 이때다 싶어 그 자리에 앉아 꼼짝 않고 봤다. 얼마 전에 본 '대도시의 사랑법'이 전반적으로 흔들리는 젊음을 좀 더 강하게 묘사했다면 '한국이 싫어서'는 잔잔하게 풀어내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대도시의 사랑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젊음으로 마무리하며 '그래도 잘 살아낼 거야'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면, '한국이 싫어서'는 삶이 무얼까, 나는 이 지겨운 삶을 왜 살고 있는 거지? 하는 물음표를 던지게 만들었다.      '내가 왜 살고 있는거지?'  영화가 끝나고, 나는 5분가량 혼잣말을 하며 울었다.  철이 들기 시작한 사춘기 무렵부터, 아니 삶이 뭘까라는 의문이.. 2024. 10. 26.
독서, 글쓰기, 유튜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 다섯 명의 평균 모습이 바로 당신이다." 그렇다면 절망이다. 나는 오래도록 멘토를 찾았으나 그 대상은 결코 사람으로 귀결되지 못했다. 나의 괴팍한 성격, 까다로운 예민함이 누군가를 만족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그 대상을 갈구하며 살아왔다. 언니도 오빠도 없었고, 부모님이 그 역할을 해주실 수 있는 역량이 되지 못했으며, 스승으로 모실 누군가를 찾아내기엔 내 삶이 빡빡했다. 그리고 면적도 좁았다. 늘 힘들었다. 조언을 구하고자 주변을 둘러보아도 늘 혼자였다. 그래서 책을 읽었는지, 책이 있어서 멘토가 절실하지 않았는지는 확실치 않다. 뿐만 아니라 난 늘 글을 썼다. 지금이야 이렇게 컴퓨터를 이용해 글을 쓰지만 약 50년 전부터 꾸준히 손글씨로 일기.. 2024. 10. 25.
나만의 대학생활 5월 10일로 학원을 그만둔 이후, 부모님과의 여행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고, 7월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본격적으로 나의 문화생활도 시작되었다는 것. 오페라, 발레, 음악회, 뮤지컬, 영화, 미술관람 등 공연과 영화를 아우르며 나의 경제적 여건과 시간을 조금 무리하면서 되도록 많은 것을 접하고 싶은 욕심을 한껏 펼쳐내고 있었다. 그러다 최재림 배우에게 빠져들었고(예전에 '킹키부츠'에서 그의 역량을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으나 팬으로서의 큰 진전은 없었다), 유튜브를 통해 계속 그와 관련된 영상을 찾아보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이 두 사건(?)의 발발(?)이 나에게 치명타가 되었다. 원래부터 집중력이 떨어지는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 공부를 하니, 수시로 인터.. 2024. 10. 25.
내가 변했나... 뮤지컬 시카고 넘버 중에 'all I care about'이라는 곡에서 명품시계, 최고급 시가 따위는 관심 없다고 노래한다. 자기 입으로 '돈'에 관심 없다는 사람은 그 무엇보다 돈에 관심이 많고, '이성'에게 관심 없다는 사람은 마찬가지로 이성에 관심이 있다. 뮤지컬 배우 최재림을 좋아하는데, 그가 부른 'all I care about'의 댓글창엔 그 누구보다 관심 많아 보인다며 얼른 시가를 그에게 주라고하는 재미난 글까지 보여 미소를 짓게 했다.       지금 내게 이 노래가 생각난 이유는, 요즘 내게 다시 떠오른 화두가 '친구'이기 때문이다. '친구'라는 존재에 대해 연연하지 않기로 했는데, 어쩌면 나는 그 누구보다도 친구에게 관심이 많고, 연연해 하는 사람인 건가 싶다. 물론 예전엔 친구가 무척.. 2024. 10. 23.
혼자인건가 남편과 이른 조조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와 점심으로 떡만둣국을 끓여 먹었다. 만둣국을 끓이기 위해 다시멸치를 다듬어 덖은 후에 육수를 넉넉히 만들었다. 남은 멸치육수를 김치냉장고에 넣어두면 일주일 이상 보관이 가능하다. 찌개나 국을 끓일 때 미리 끓여 둔 육수가 있으면 참 편리해 늘 이렇게 한다.    만둣국을 다 먹고 육수가 식으면 그릇에 옮겨 담은 후, 육수를 낸 큰 그릇까지 씻어야지 하며 잠시 쉬고 있는데, 식곤증이 몰려와 아예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본격적으로 낮잠이나 자려했다. 지난 밤에 늦게 잠자리에 들었고, 오늘 새벽에 일찍 일어났으니 졸음이 몰려올 것을 예상했다. 그런데 남편의 전화벨이 울렸고, 나의 불길한 예감은 맞았다. 남편 친구의 술 먹자는 호출... 남편은 무조건 OK. 이번주엔 도대체.. 2024. 10. 19.
고전이 답했다 1 - 고 명환 - 고명환 저자의 초기 책을 제외하고 거의 다 읽고 있다.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써서 금방 읽히는 장점이 있다. 그저 코미디언인 줄만 알았고, 그마저도 다른 코미디언에 비해 잘 몰랐는데, 오히려 '작가 고명환'으로 더 많이 알게 된 요즘이다. 고전 읽기에 관심이 많았고 꾸준히 조금씩 읽어오던 중에, 다니던 학원을 그만 둔 5월부터 부쩍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인의 고전 읽기 도전에 질투까지 밀려오던 참에 만나게 된 책!  그전에 발간된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라는 책과 결을 같이 하는 후속작인 이 책은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쓴 느낌이다.         어쩌다 보니 고명환 저자의 강연에 참여하게 되었었다. 책이 아닌 직접적인 그의 언어를 통해서 접하면 좀 더 좋은 기운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 2024. 10. 12.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1 「나는 '나'로서 존재한다.이 세상에 나 이상의 존재는 없다. 신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신의 문제고, 내가 존재한다는 건 오직 나만의 문제다. 나는 이 세상에 있고 싶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점이다. 쓸데없는 말로 그것이 나의 존재라고 설득당하고 싶지 않다. 내가 죽고 나면 내가 어떻게 되는지를 분명히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는 낡은 계략에 속지 않을 것이다.내가 나로서 존재하지 못한다면 불멸을 위해 나는 내가 가진 것 중 단 한 가지도 내놓지 않을 것이다. 나의 개성을 보증해주지 않는다면 그 무엇에도 소속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완전하고 탁월하다. 나보다 더 뛰어난 개성은 없다.다른 누구와도 나를 바꾸고 싶지 않다. 지금 내 모습이 어떻든 지금 이대로의 나, 나의 개성, 그것이 바로 나이기 때.. 2024. 10. 12.
심연 10 괴물나를 조정하는 내 안의 또 다른 나   묵상을 할 때도 달기를 할 때도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순간순간 나를 주저앉히는 '괴물'이다. 이 괴물은 내게 패배의 쓰라림을 안겨준다. 이 괴물은 내 안에서 나를 조정하는 또 다른 '나'다.괴물을 뜻하는 영어 '몬스터(monster)'는 괴물의 의미를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한다. 몬스터란 '(한쪽과 다른 한쪽을 구분하는 경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존재'를 뜻한다. 마음속 몬스터는 익숙하고 게으른 과거로 돌아가라고 끊임없이 나를 유혹한다. 사람들은 이 경계에서 쉽게 포기를 한다. 매일 묵상과 달리기를 생활화하는 저자에게도 자신을 주저앉히는 '괴물'이 순간순간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한 지경이니 운동을 싫어하는 나에게 '운동괴물'은 늘 상주한다. '비 오잖.. 2024. 10. 7.
오늘 아침, 아바도의 말이... 누군가에게 잘난 척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냥 좋다. 음악이, 그림이, 책이, 자연이, 영어가... 세상이 좋아져서 비싼 음악회를 찾아가지 않아도, 또 전 세계에서 열리는 모든 음악회를 비행기 타고 찾아다닐 수 없음에도 정말 그야말로 방구석에 앉아서 인터넷으로 모두 접할 수 있다. 자세한 설명까지 해주는 유튜버도 있고, 찾아보기만 하면 작곡가와 지휘자, 연주자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까지 전부 알 수 있다. 오페라까지, 직접 보는 감동은 쫓아가지 못하겠지만 맘만 먹으면 방구석에서 정주행 할 수도 있다. 음악뿐이겠는가! 세계의 미술관, 미술 전시까지 볼 수 있고, 미술사에 대한 해설까지 편하게 차 마시면서 감상할 수 있다. 중간에 멈춤도 가능하니, 잘 못 알아들었으면 다시 재생하면 되고, 그 감동을 다시 느끼.. 2024. 1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