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716 심연 9 심연이제껏 발을 들인 적 없는 미지의 땅 평소의 언어로는 잘 쓰지 않는 '심연'이란 단어가 이 책으로 인해 자주 쓰는 단어가 되었다. 나의 '심연' 깊은 곳으로 들어가 내가 진정으로 뭘 원하는지, 나라는 존재가 어떤 모습인지 알고 싶었다. 심연의 존재를 알고 운명적인 여정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영웅'이라고 한다. 웅장하다. '영웅'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영웅이어서도 아니고, 영웅이 되고 싶어서도 아닌 그저 미물인 인간으로서 내가 이 세상에 왜 태어났고, 왜 존재하는지 늘 궁금했다. 그냥 살아지는 삶이 아니라 살고 싶었다. 그래! 아직 나의 심연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그러하니 운명적인 여정조차 시도하지 못하니 영웅은 아닌 걸로. 몰입이란 자신을 새로운 시점, 높은 경지로 들.. 2024. 10. 4. 곡기 끊기가 자연사인 근거 5가지 '집에서 평화롭게'(이후는 '집평'님으로)님이 곡기를 끊고 죽는 것이 자연사인 근거에는 5가지 있다고 한다. 오늘은 이것에 대해 정리를 해 두려고 한다. 1. 100% 순수한 자발적 행위다.먹지 않고 마시지 않으면 죽는다는 자연의 이치, 살만큼 산 뒤 죽을 때가 되어서 편안하고 평화롭게 죽어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죽음. 2. 어떤 폭력도 개입되지 않는다.자신이 스스로에게 폭력을 가하여 죽음에 이르는 '자살'과는 전혀 다르다. 어떤 외부 폭력도 개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오로지 본인의 의사와 의지로 자신의 삶을 마무리한다. 3. 법적,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살만큼 산 뒤, 가야 할 때에 이르러 순수하게 본인의 의사와 의지로 평화롭게 자신의 삶을 마무리한다. 흔히 안락사 또는 존.. 2024. 9. 30. 강인함의 힘 - 스티브 매그니스 - 예상대로다. 예전에는 강인함은 남성성에 가깝고 불끈불끈 올라온 근육, 힘이 세고,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떠올렸다. 그러나 이젠 진정한 강인함은 그런 것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쯤은 모두 알고 있다. 그렇다면 내면의 단단함과 연결되는 진정한 강인함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참으로 유약해진 이 시대의 젊은이에게 실험을 통한 근거를 내세우며 방법을 제시하는 이 책은 나에게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 강인함과 스포츠의 연결성은 떼려야 뗄 수 없고, 저자 또한 그쪽 방면과 연관이 있다 보니 스포츠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아마도 이 부분이 나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겠지만 이건 나의 문제이니 뭐... 예상대로... 강인함은 겉으로 드러나는 '힘'이라기 보다는 '.. 2024. 9. 29.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원저 : 애덤 스미스, 저자 : 러셀 로버츠 애덤 스미스는 옷걸이에서 내 코트를 집어 들더니, 그 사이 보송하게 마른 것을 보고 흡족해했다. 그는 내가 코트 입는 것을 거들어 주었다. 그리고 자애롭고 예의 바른 사람답게 문까지 나를 배웅해 주었다. 문간에서 나는 다시 한번 그에게 고맙다고 말했다.그가 준 모든 것이 고마웠다. 그의 생각과 영감을 듣고 그의 통찰력이 고스란히 인쇄된 책을 읽으며 함께 한 모든 시간이 감사했다. 그이 집에서 나오니 칠흑처럼 어두운 밤이었다. 비는 그쳤고, 옅은 안개가 대기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한기에 살짝 소름이 돋았다. 그때 스미스가 내 옆으로 다가왔고 우리는 서로에게 따뜻한 작별 인사를 건넸다.문이 닫히고 빗장이 걸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가 촛불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는 모.. 2024. 9. 27.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구부러진 길을 가면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 이 준관 - 고속도로의 쫙 뻗은 시원함이 좋기도 하지만시골의 구불구불한 길은 참 정겹다.우연히 등 굽은 어르신의 느린 무단횡단조차도 참을성 .. 2024. 9. 25. 니체의 자존감 수업 - 사이토 다카시 -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니체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이쯤 되면 책 쫌 읽는다고 말할 자격이 없음을 시인하는 꼴이다. 물론 밖에서 그렇다고 떠벌이고 다닌 적도 없지만, 나름 고상한 척했던 나의 자존감에 살짝 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고전을 읽겠다고 마음먹고, 몇 권을 뒤적이다가, 어려워서 포기하고, 읽은 후에도 무슨 내용인지 감조차 오지 않는 나의 무지함이여~ 부끄러울 따름이다. 학원을 그만두면서 다시한번 고전 읽기에 도전해보리라 마음먹었지만, 다른 읽을거리와 공부할 것들에 쌓여 아직 시작조차 못하고 있었는데, 나보다 9살 많은 남자사람친구가 올해부터 고전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에게 독후감을 조금씩 풀어놓으니 나 때문에 독서를 시작한 그에게서 오히려 나는 또 다른 자극을 받고 있던 차에 이 .. 2024. 9. 22. 죽음공부 나는 '암경험자'이고, 나의 아빠와 엄마는 적당히 연로하신 나이신지라, 특히 요즘 아빠가 허리를 다치신 이후 식사량도 적어지고, 대변이며 소변이 편하지 않으시다 하셔 마음이 불편하던 참에, 며칠 전에는 혈당지수가 급격히 올라 몸이 안 좋으셔서 병원에 다녀오셨다. 나는 늘 그야말로 '골골'하시는 엄마가 먼저 이 세상과 안녕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올해 84세인 아빠가 먼저 그러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깊어지고 있다. 나와 나의 부모님이 이러한 상황이니 나에게 죽음은 가까운 곳에 있는, 받아들여야 하는 그 무엇이었다. 그 무엇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겪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함 때문이다. 우리 세 사람이 누가 먼저일지 모를 일이면서도 그것이 금방 닥칠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저 서서히 .. 2024. 9. 20. 죽음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2018년 12월, 여느 짝수해와 다름없이 건강검진을 했다. 날짜에서 보여지듯, 미루고 미루다 그 해가 가기 전에 부랴부랴 예약하고 검사를 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어떤 이유로든 병원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의 성향 탓과 함께, 매일 술을 마시던 나의 일상이 검사를 위해 술을 조금이라도 자제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수반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귀찮았던 건강검진을 마치고 일상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는데, 건강검진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결과지를 받아보시기 전에 병원에 오셔서 선생님을 만나보셔야겠다고. 그렇게 나의 '암'은 시작되었다. 정확하게는 그 이전, 몇 년 전부터 암이 시작되었겠지. 그렇게 내가 '암환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건강검진센터에서 큰 병원으로 가라했고, 2019년 .. 2024. 9. 17. 체력과 공부의 중간에서 어제는 정말 하루종일 잠만 잤다는 표현이 맞을법한 날이었다. 책상 앞에 앉아 독서를 하는데 한없이 잠이 몰려왔다. 생각했다. 그래! 내 몸이 원하는 거니 실컷 자보자! 무조건 잤다. 한 번 실컷 잤다는 느낌과 함께 눈을 떴는데 몸이 후들거렸다. 나의 그 증상, 당 떨어진 그 증상... 없는 힘을 모두 모두어 포도 한 송이를 재빠르게 씻어서 앉은 채로 다 먹어치웠다. 기운이 조금 난 틈을 타 음식을 섭취하고 다시 책을 읽다가 또다시 졸음이 찾아오기에 또 잤다. 저녁 무렵, 남편이 퇴근 중이라는 전화를 해서 또 깼다. 아마 그 전화가 아니었으면 얼마나 더 잤을지 모르겠다. 남편과 저녁을 먹은 후 이 닦고 세안하고 침대에 누워 책을 읽었다. 그런데 또 자고 싶다는 느낌이 들어 책을 덮고 잠을 청했다. 다시 잠.. 2024. 9. 11. 이전 1 ··· 6 7 8 9 10 11 12 ··· 8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