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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530

감사한 삶 지난주에 정기검진 하러 서울대 병원에 다녀왔고, 어제는 그 결과를 듣기 위해 위암 담당 선생님을 만났고, 오늘은 대장암 담당 선생님을 만난다. 누구를 먼저 만나든지 검사 결과는 좋다, 나쁘다의 두 가지 갈림길일 뿐이다. '암이 재발했다, 전이됐다' 등등의 이야기를 듣지 않기를 얼마나 가슴 졸이며 기다리는가. 위암 담당 선생님을 먼저 만나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을 전해 듣는 순간, 안도의 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럴 줄 알았지만, 혹시 그렇지 않을까 봐... 단 한번의 수업을 끝으로,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올스탑 되었던 북부여성발전센터의 강의가 다시 시작됐다. 엄마와 함께 하려던 수업인데, 엄마의 취향과는 맞지 않아 엄마는 중도 포기하시고, 나는 계속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취소하지 않고 버텼는데, .. 2021. 11. 17.
고3만큼 빡빡한 공부 계획 북부여성발전센터의 수업이 다시 오픈되었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참 오래도록 수업을 하지 못했는데, 다음 주부터 다시 시작이란다. 엄마는 긴 공백 때문에 쉬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나도 여러 가지 생각 끝에 엄마를 놓아드리기로 했다. 그런 결정을 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엄마가 매주 화요일마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두천에 자리 잡고 있는 엄마의 집에서 서울 중계동까지 이동하려면 1시간 반을 잡고 나서야 한다. 왕복 세 시간은 노인에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또한 엄마의 서예 스타일과 캘리그래피의 수업 방향은 조금 맞지 않고, 엄마 또래의 사람들이 아니라 젊은 엄마들 틈에서 하려니 마음이 내캐지 않았었나 보다. 그래서 얼마 전 나의 결심은 이랬다. '엄마는 엄마의 세계가 있고, 나는 나.. 2021. 11. 15.
공부가 우선순위인가? 기말시험을 두 번에 나누어 본다. 총 6과목의 시험을 세 과목씩 나누어 12월 4일과 12월 19일, 이틀에 나누어 본다. 한 번의 시험에 2주씩 시간을 두어 공부할 생각이다. 화요일엔 캘리그래피 수업이 있어서, 4일의 시험엔 10일 기간이, 19일의 시험엔 11일의 기간이 주어진다. 한 과목당 이틀씩 공부하고(총 6~7일), 다시 하루씩 총정리하는 시간을 갖고(총 3일), 나머지 하루는 세 과목을 한꺼번에 총정리할 생각을 하는 중이다. 4주간의 시험을 위한 공부시간을 갖기까지 오늘부터 약 열흘의 시간이 또 주어져있다. 그러나 약속이 두 개, 병원에 갈 일이 두 번 있고, 일요일도 두 번이나 있다. 결국 온전하게 공부할 시간은 4일뿐인데, 그나마 이틀은 남편이 휴가란다. 헐~~ 남편이 나의 공부를 방해하.. 2021. 11. 12.
즐겁게 공부하기로 6개월에 한 번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 날이다. 오늘은 검사하고, 다음 주엔 결과 들으러 이틀에 나눠 가야 한다. 담당교수가 두 분이기 때문이다. 대장암 교수, 위암 교수. 평소엔 내가 암환자라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살다가, 병원에 가는 날이 다가오면 새삼스레 깨닫게 되고, 유난히 배가 많이 아픈 날에도 암환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처럼 검사를 위해 식사를 하지 않고 병원 갈 시간을 기다릴 때는 더욱 그렇다. 암환자. 암 제거를 위해 위의 반을, 대장의 3분의 1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고, 6개월에 걸친 항암을 했다. 몸무게는 15킬로그램이나 빠졌었고, 현재도 예전의 몸무게보다 8킬로그램 덜 나간다. 원래 마른 체형이었는데, 지금은 겨우 40킬로그램이다.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니, 더 먹고.. 2021. 11. 11.
공부를 내려놓자 아래의 그림은 내가 오늘 그린 그림이다. 새벽마다 감사일기와 자기 확언을 쓰는 노트에 그림을 그리고 그림의 색에 맞추어 펜의 색을 골라 쓰는 재미를 느껴온지 2년 여가 되어가는데, 어느샌가 그림 그리는 시간이 하나의 일처럼 느껴져, 이게 취미인지, 일인지, 즐거움인지, 스트레스인지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이든지 즐거움이 아닌 스트레스, 쫓김으로 다가온다면 내려놓으리라 마음먹었기에 그림을 그리고 싶은 날 그리기로 하고 내려놓기로 했다. 그림 그리는 작업이 즐겁지만, 오늘 이만큼은 그려야 하는데, 그림 그릴 때가 되었는데 하는 마음으로 그리는 것은 마음의 부담이 된다. 그림이 없으면 어떠랴. 내가 좋아하는 색, 그날 내 마음이 당기는 색의 펜을 골라 쓰면 되고, 뭔가 그림을 그려 넣고 싶으면 단순하게 하.. 2021. 11. 10.
좋은 사람을 곁에 두자 얼마 전, 나의 일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일을 도와줄 일이 생겼었다. 귀찮았지만 그 사람에겐 중요한 일이겠지 싶어 도움을 요청한 사람과는 상관없는 나의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었다. 영문과 후배이지만 인생 선배님이신 그분은 흔쾌히 도움 요청을 받아주었을 뿐만 아니라 근처에 살고 있는 다른 학우님들께 직접 연락해서 도와드리라고 말씀까지 전해주셔서 큰 도움을 받았다. 도움을 주신 분들중에 두 분의 성품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훌륭한 성품인 줄 몰랐다. 나를 도와주었다고 내 마음이 급 호의적으로 바뀐 것이 아니라 정말 큰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기 싫은 듯 도와주면, 도움을 받고도 괜히 찜찜한 기분이 들곤 했는데,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까지 전해져 오는 것이 너무 따뜻하고 고마웠다. 그 두 분의 .. 2021. 11. 9.
친정을 내려놓는다 올해는 김장을 두 번 하게 되었다. 비가 많이 와서 전국적으로 배추가 썩는다고 했는데, 엄마가 심은 몇 개 안 되는 배추도 그러하다고 갑작스럽게 김장을 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김치만으로는 적어서 이번엔 동생네랑 외숙모(해마다 외숙모에게 김치 두통 정도를 드린다) 댁 김치까지 준비하는 김장을 하게 되었다. 나는 올해 김장을 하며 정말 마음고생을 했고, 친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고요하다. 누구나 그렇겠지? '나'라는 존재는 홀로 고요하겠지.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들 때까지 공부하고, 책 읽고, 운동하고, 독서하는 삶. 그냥 그렇게 평범하고 평온한 삶을 살고 있다. 병원에 가야 할 일이 있고, 쇼핑해야 할 일이 있고, 남편과 여행을 가기도 하고, 친구들과 만나기도 하는.. 2021. 11. 8.
눈물은 자제력을, 나는 체력을... 대체로 행복하다. 많이 많이 행복하다. 나에겐 나를 정말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착한 남자, 남편이 있다. 나에겐 나를 현명하고, 여전히 아름다운 엄마라고 불러주는 착하고 예쁜 아들이 있다. 나에겐 나밖에 모르는 딸바라기 엄마가 있다. 이 세 사람은 나를 사랑해주고, 나도 이들을 사랑하며,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 사람 덕분에 무조건 행복하다. 산책하다가 점점 기운이 떨어진다. 집에까지 돌아가는 길이 너무 멀게 느껴지고, 다리가 후들거리며 쓰러질듯하다. 행복이 잠시 문을 닫아 건다. 왜 이리 약해졌지. 맞아. 난 암환자야. 눈물이 날듯 슬픔이 잠시 밀려왔다가 스러진다. 이깟일로 울면 안 된다는 내면의 아우성이 눈물을 집어삼킨 것이다. 눈물은 1%의 습기도 머금지 못한 채 바로 자취를 감.. 2021. 11. 3.
엄마는 엄마의 세계가, 나는 나의 세계가 엄마와 많은 것을 해보려 생각했다. 난 사실 많이 부족한 딸이다. 엄마를 사랑하지만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지금도 쑥스러워서 할 수 없다. 반면, 엄마는 당신의 나에 대한 애정을 무한 표현하신다. 아마도 엄마의 이런 사랑 표현 덕분에, 엄마의 이런 사랑을 충분히 먹고 자란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아빠의 변덕스럽고, 정상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며 불안정한 어린 시절을 보낸 내가 이만큼 잘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엄마의 지극정성 덕분이란 걸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그 사랑 덕분에 나도 사랑 가득한 어른이 되어 사랑 표현에 많이 서툴지 않음에도,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아직도 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할 자신이 없다. 말로 할 수 없는 내 마음은 늘 행동으로, 현금으로 표현되었.. 2021.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