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짤리고, 7월은...
일을 그만두고(짤리고?) 실감할 수 없는 날들이 지나갔다. 남편과 차박을 다녀오고, 주말을 보냈으니 말이다. 이번 주도 모임에, 엄마와 배우는 캘리그래피 수업에, 병원에... 바쁘게 지나갈 것이고, 난 또 실감하지 못한 채로 한 주를 흘려보내게 될 것인가? 수술하고, 항암 하던 시간을 제외하곤 계속 일을 했었더래서 그런 건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도무지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일을 했었는데... 30킬로그램대의 몸무게, 어지러움, 기운 없음, 설사, 구토, 복통이 여전했던 그때도 일을 했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일을 하지 않게 된 지금... 나는 어딘가 붕 떠있는 느낌이다. 뭔가 해야 할 일은 많고, 하겠다고 계획도 세웠고, 하고는 있는데, 무언가를 하고 있는 나와 저만큼 위에서 내려다..
2021. 7. 6.
일이 내게 주는 행복
예쁘게 잘 살고 있다가도 문득 사는 게 뭔가 싶을 때가 찾아오고, 지금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지며, 그냥 다 내려놓고,'먹는 것만 신경 쓰고, 가까운 산에 다니면서 내가 좋아하는 동영상 보고, 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책 실컷 읽다가, 퇴근하는 남편 기다리며 맛난 음식 해서 같이 즐겁게 먹고, 남편과 함께 저녁에 산책로 걸으며 이야기 나누고, 재미있는 TV 프로그램 보다가 잠드는' 그런 생활을 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마 내가 암환자가 된 후, 나의 지인들은 모두 내가 이런 삶을 살 거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그렇게 암을 치유하면서,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예전과 똑같은 생활로, 아니 그 보다 더 열심히 살아가는 나의 모습에 왜 그리 ..
2021. 6. 25.
6개월, 앞만보고 달려가도 된다
책을 읽다가 한 구절이 마음에 들어왔다. '어쩌다 연락이 끊겨 소원해졌지만, 다시 연락해서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나에게 그런 소중한 사람이 있던가? 한 사람이 떠올랐다. 소중해서가 아니라, 가족이기에 내려놓기엔 마음이 쓰이는 사람... 그 사람에게 다시 연락하고, 만남을 가져야 할지 미래의 그림을 펼쳐보았다. 예전과 같은 그림이 그려지고, 함께 술을 마시지 않는 지금은 더욱더 재미가 없는 그림이다. 그렇다면 굳이 그런 사람과 다시 인연을 이어가고 싶지 않다. 해야 할 일, 공부해야 할 것, 읽어야 할 책이 많아 지금도 시간이 빠듯한데, 시간낭비가 될 것이 뻔한 사람과 만나 에너지를 소비하고, 시간을 죽이고, 마음을 다칠 이유가 없다. 그 사람도 나를 내려놓..
2021. 6. 13.
낮잠 안자기
비가 그치고 난 아침의 서늘하면서도 시원한, 그리고 깨끗한 느낌... 참 좋은 느낌이다. 더불어 아침밥을 지어 남편과 함께 먹고, 남편을 출근시킨 후, 집안의 모든 물건들을 제자리로 돌려주고, 물걸레질까지 마치고 난 후에 향기로운 차 한잔을 마시며 글을 쓰는 여유를 갖는 이 행복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아름다운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이 시간을 흠뻑 즐기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선엽 스님의 한방차를 한번 마셔보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 찾아갔는데, 그야말로 낚였었다. 다른 이들에겐 그까짓 돈에 불과할지 모르겠으나, 또 좋은 차는 그 정도 가는 것을 몰랐느냐고 비아냥거릴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선엽 스님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 보이차를 포함해 세 가지 종류의 차를 거금 80만 원이라는 현금을 주..
2021. 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