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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530

직장 그만두고 열흘... 지지난주 학원에서 짤리고(그만두고)도 난 희망에 넘쳐났다. 내가 이미 꿈꾸고, 하려 했던 일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오히려 그것이 희망의 징조라고 생각했다. 직장에 나가는 시간만큼(준비시간까지 8시간)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그만큼 그 시기를 당겨야 한다고 마음먹고 나니 겁이 덜컥 났더랬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는데서 오는 어리둥절함, 막막함이었다. 갑자기 자신감이 떨어지고, 포기하고 싶었고, 편안해 보이는 남편이 미워보이고, 다 내려놓고 평범한 암환자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이미 열심히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살림만 하고, 암환자로서 치유에만 신경 쓰는 삶을.. 2021. 7. 12.
직장 짤리고, 7월은... 일을 그만두고(짤리고?) 실감할 수 없는 날들이 지나갔다. 남편과 차박을 다녀오고, 주말을 보냈으니 말이다. 이번 주도 모임에, 엄마와 배우는 캘리그래피 수업에, 병원에... 바쁘게 지나갈 것이고, 난 또 실감하지 못한 채로 한 주를 흘려보내게 될 것인가? 수술하고, 항암 하던 시간을 제외하곤 계속 일을 했었더래서 그런 건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도무지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일을 했었는데... 30킬로그램대의 몸무게, 어지러움, 기운 없음, 설사, 구토, 복통이 여전했던 그때도 일을 했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일을 하지 않게 된 지금... 나는 어딘가 붕 떠있는 느낌이다. 뭔가 해야 할 일은 많고, 하겠다고 계획도 세웠고, 하고는 있는데, 무언가를 하고 있는 나와 저만큼 위에서 내려다.. 2021. 7. 6.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에 다닌다는 건 자기 계발, 자기만족, 자기발전등등의 기쁨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달 들어오는 월급의 비중이 가장 크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내가 그랬다. 내가 좋아하는 영어를 착하고 순수한 아이들에게(내겐 고등학생도 그렇다) 가르치면서 나의 영어실력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었지만 그 무엇보다 월급 때문에 학원강사로서의 일을 내려놓지 못했다. 암환자인 내가 창문도 없는 그 좁은 공간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내내 빵 한 조각 입에 물고 오물오물거리다 삼키며 식사를 대신하고, 저녁 8시, 9시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늦은 시간에 식사를 해야 하는 좋지 않은 식사습관을 가질 수밖에 없었음에도 내려놓을 수 없었음은 월급 때문이었다. 결국, 강제적으로 학원을 그만두게 되고 나서.. 2021. 7. 4.
오르락 내리락 참으로 변화무쌍하다. 내 마음이... 어제는 희망으로 가득 차오르다, 오늘은 우울함으로 바닥을 친다. 어제와 오늘의 시간 차이가 아니라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감정의 기복이 생긴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현재의 노력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고, 지금의 나의 노력이 멋진 미래를 선물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열심히 하자고 다짐을 할 때도 있다. 이 모든 감정이 불확실성에서 오는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더 확실한 것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옅은 통증 때문이란 것도. 통증... 과일과 채소를 제외한 음식을 먹고 나면 배가 아파오기 시작하면서 기분까지 다운된다. 통증은 참을 수 없을 만큼 굉장한 강도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작은 아픔이지만 무시할 수는 없는, 그래서 기분이 나빠지고, 음식을 먹.. 2021. 7. 3.
갑작스러운 퇴사 그러나 어쩌면 갑작스럽지 않은... 사람의 일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더니... 건강할 줄만 알았던 내게 위암과 대장암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아픔을 급작스럽게 주더니, 덕분(?)에 몸에 해로운 것들 모두 끊어내고 새사람으로 살아가고, 암환자가 되기 전보다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절제된 장기로 살아가는 것은 평생 먹는 것과의 싸움이 될 것이고, 지난 2년 반 동안 지독한 고생도 겪어냈다. 그렇게 평탄하게 갈줄 알았는데, 갑작스러운 일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으니... 이 또한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다. 일 자체를 못하게 된 것이 아쉬운 것이 아니라, 매달 들어오던 월급이 끊어지니, 다소 여유롭게 살던 삶이 흔들린다. 엄마가 임대주택이지만 새집으로 이사하셔서 정말 기쁜 마음이었는데, 나에게 또 이런일이 생기는구나... 세상.. 2021. 7. 1.
일이 내게 주는 행복 예쁘게 잘 살고 있다가도 문득 사는 게 뭔가 싶을 때가 찾아오고, 지금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지며, 그냥 다 내려놓고,'먹는 것만 신경 쓰고, 가까운 산에 다니면서 내가 좋아하는 동영상 보고, 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책 실컷 읽다가, 퇴근하는 남편 기다리며 맛난 음식 해서 같이 즐겁게 먹고, 남편과 함께 저녁에 산책로 걸으며 이야기 나누고, 재미있는 TV 프로그램 보다가 잠드는' 그런 생활을 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마 내가 암환자가 된 후, 나의 지인들은 모두 내가 이런 삶을 살 거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그렇게 암을 치유하면서,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예전과 똑같은 생활로, 아니 그 보다 더 열심히 살아가는 나의 모습에 왜 그리 .. 2021. 6. 25.
6개월, 앞만보고 달려가도 된다 책을 읽다가 한 구절이 마음에 들어왔다. '어쩌다 연락이 끊겨 소원해졌지만, 다시 연락해서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나에게 그런 소중한 사람이 있던가? 한 사람이 떠올랐다. 소중해서가 아니라, 가족이기에 내려놓기엔 마음이 쓰이는 사람... 그 사람에게 다시 연락하고, 만남을 가져야 할지 미래의 그림을 펼쳐보았다. 예전과 같은 그림이 그려지고, 함께 술을 마시지 않는 지금은 더욱더 재미가 없는 그림이다. 그렇다면 굳이 그런 사람과 다시 인연을 이어가고 싶지 않다. 해야 할 일, 공부해야 할 것, 읽어야 할 책이 많아 지금도 시간이 빠듯한데, 시간낭비가 될 것이 뻔한 사람과 만나 에너지를 소비하고, 시간을 죽이고, 마음을 다칠 이유가 없다. 그 사람도 나를 내려놓.. 2021. 6. 13.
낮잠 안자기 비가 그치고 난 아침의 서늘하면서도 시원한, 그리고 깨끗한 느낌... 참 좋은 느낌이다. 더불어 아침밥을 지어 남편과 함께 먹고, 남편을 출근시킨 후, 집안의 모든 물건들을 제자리로 돌려주고, 물걸레질까지 마치고 난 후에 향기로운 차 한잔을 마시며 글을 쓰는 여유를 갖는 이 행복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아름다운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이 시간을 흠뻑 즐기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선엽 스님의 한방차를 한번 마셔보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 찾아갔는데, 그야말로 낚였었다. 다른 이들에겐 그까짓 돈에 불과할지 모르겠으나, 또 좋은 차는 그 정도 가는 것을 몰랐느냐고 비아냥거릴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선엽 스님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 보이차를 포함해 세 가지 종류의 차를 거금 80만 원이라는 현금을 주.. 2021. 6. 11.
우울한 날이다 퇴근길...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비 때문만은 아니었다. 익숙한 외로움. 그래서 눈물이 났었던. 그때도 그랬다. 같은 감정이었다. 그때는 비가 오지 않았더랬다. 그때는 몰랐다. 그 감정의 원인이 무엇이지. 두 번째 반복된 같은 느낌. 그래서 원인을 알게 되었다. 열심히 아이들 가르치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저녁 먹고 들어간다는 남편의 메시지. 원인은 그것이었다. 퇴근해서 집에 가면 아무도 없다는. 쓸쓸한 퇴근. 예전같으면 누군가에게 만나자고 했을, 또는 편의점에 들러 술을 사 가지고 갔을 그런 날인데, 암환자가 된 이후론 퇴근길에 누군가를 만난 적도 없고, 술을 마시겠다고 편의점을 들러본 적도 없다. 그럴 수도 없다. 술 마시고 늦게 귀가하는 남편에 대한 보복심리 같은 행동을 대체할 그 무.. 2021. 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