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마음을 꼭 전하자
원래 책 읽는 것을 좋아했었지만, 다른 공부를 하느라, 또 술에 빠져 사느라 책 읽는 시간을 갖지 못했고, 또 책 읽는 것 자체를 잊어버리고 살았었다. 그러다 원장쌤의 무한한 독서력을 보며 자극을 받고 있었고, 암환자가 되고 난 후, 집에 있게 되면서 다시 손에 책을 들게 되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했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책을 읽게 되었을까? 하고 질문을 던져보니 'NO'라는 답이 나온다. 서울대병원에서 나에게 '위암, 대장암'이라는 판정을 내려주었고, 나는 그날 무너져내렸다. 금요일이었던 것이 차라리 잘되었다. 오후에 또 다른 검사가 있어 출근할 수 없었고, 원장쌤에게 출근할 수 없음을 이야기하면서 참 많이 울었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퇴근한 남편과 또 울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 두사람은 무..
2021. 5. 31.
혼자있는 주말, 목표 달성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거나 독서하면서 고개를 살짝 돌리면, 공부방의 열린 문으로 햇살이 밝게 비추는 거실과 베란다가 눈에 들어온다. 베란다 창 너머 산이나 강이 보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련만... 다른 아파트가 시야를 가리고 있어 아쉬움을 남기지만, 그래도 따뜻한 햇살과 몇 개의 화초가 마음을 즐겁게 한다(그런 의미에서 화초를 좀 더 사 와야겠다). 깨끗하게 정리된 집, 은은히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 햇살의 조화가 행복이 뭐 별거냐고, 이런 게 최고의 행복이라고 말해준다. 여유로운 주말 아침, 남편은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하고, 나는 늦은 오후의 지인과의 만남을 제외하곤 오롯이 혼자만의 주말을 보내게 될 터이다. 공부계획, 독서계획, 밀린 집안일 등등 할일이 줄지어 서서 기다리고 있다. 내일은 성당..
2021. 5. 29.
우울한 맘 무시하기
굉장한 의욕으로 활활 불타오르다가, 툭~ 하고 밑바닥으로 떨어진다. 매일 느낄 수밖에 없는 소화기의 통증,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 상실, 무기력증이 올 때마다 사는 게 덧없이 느껴지고, 왜 살아야 하는 건지 알 수 없다. 다행인 것은 잠시 왔다가 사라진다는 것. 암환자가 되기 전, 알콜로 매일을 살고 있을 때,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 매일 술을 마시고 있는 내가 싫었고, 아침에 눈뜰 때의 육체적 고통과 함께 엄습하는 우울감은 자살을 하고 싶을 만큼 깊었다. 언젠가 아프리라, 언젠가 후회하리라 생각하면서도 헤어나지 못했던 알코올 중독의 늪. 결국 암환자가 되어 두 군데의 장기를 도려내고서야 그 늪에서 벗어났고, 이전과는 다른 삶의 습관을 2년 넘게 물들여가고 있다. 좋은 습관은 마인드를 바꾸고, 삶의 태..
2021. 5. 28.
암환자 역할
지난주, 정기검사를 하러 병원에 갔었고, 손등에 시퍼런 멍을 남기며 주삿바늘을 세 군데 꽂았어야 했고, 다행히도 통증을 전혀 느끼지 않은 채, 위내시경을 끝냈다. 그리고 CT 촬영도 무사히 마쳤다. 평소에는 내가 환자라는 것을 잊고 살다가, 배가 여느 때와 달리 심하게 아플 때, 그리고 이렇게 정기검사를 받을 때, 내가 암환자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는다. 검사 후, 일주일... 덤덤한 듯, 긴장이 된 상태로 의사와 마주하고, 그의 첫말을 기대한다. '괜찮네요~' WOW~~ 그럼 끝~ '괜찮겠지? 괜찮을거야.. 아니면.. 그럼... ㅠㅠ 아니야 괜찮을 거야...' 맘으로 되뇌는 말... 앞으로도 몇 번을 반복할 상황이다. 5년이 지나면 병원에서는 더 이상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할 테고, 그때부터는 어떻게 해..
2021. 5. 19.
감정 낭비
사람은 사람에게서 사랑을 찾고, 용기를 얻고, 희망을 보고, 행복을 느낀다. 반면에 사람에게서 실망, 미움, 배신, 질투, 좌절 등의 부정적 감정을 느낀다. 가깝지 않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만나거나 연락하는 이들에겐 바라는 것이 없으니 긍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을 좋아하는 나는, 그만큼 상처받고, 또 그만큼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는지도 모르겠다. 상처를 받은 만큼 돌아서고, 돌아서는 횟수나 강도는 고스란히 상대에게 되돌아갈 테니 말이다. 내가 받는 상처가 오롯이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상대의 상처도 무심하지 않게 된다. 천성적으로 예민한 성격이었지만, 암환자가 되고 난 이후에, 나를 환자 취급하는 사람의 말에 매우 민감해졌다. 대충 살라는..
2021. 5. 7.
새벽시간, 나만의 시간, 그리고 집중
늘 그렇듯이 특별한 것도 없는데 일주일이 후다닥~ 지나가 버리고, 늘 아쉬움이 남는 날들이다. 매일 해야 할 일들이 빼곡하고, 그것들을 해 내며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놓치는 것들이 많아 쫓기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 하는 건가 싶은 마음에 다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나의 계획이 잘못된 것인지, 욕심이 지나친 탓인지, 집중의 문제인지, 시간관리의 문제인지 고민하게 된다. 어제가 그랬다.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던 일요일. 아침나절의 2시간에 가까운 잠으로 오랜만의 피로를 풀었고, 동네 뒷산의 새로운 발견으로 운동과 힐링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는 만족스러움과 더불어 그것들로 인해 하지 못한 것들이 있었다. 아쉬움이 남은 일요일을 마무리하며, 출근이 늦은 월요일에..
2021.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