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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534

천천히 쉬어가자 기분도 좋았고, 컨디션도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퇴근을 앞두고 살떨림 현상이 시작됐다. 이젠 이런 증상은 눈 감고도 처리할, 견딜 정도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잊고 있을 만큼 한동안 편안했었는지, 갑자기 살 떨리는 증상을 어쩌지 못했다. 무조건 먹을 것을 입으로 쑤셔 넣었다. 아이들 주려고 책상 위에 올려둔 초콜릿, 과자 등을 먹고 나니 조금 진정이 되었다. 문제는 정쌤이 아이를 계속 내 방에 넣는 것이었다. 이 아이를 가르쳐야 하는데, 온몸에서 식은땀이 났다.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날까? 오늘 곰곰이 생각해보며, 피곤함의 결과가 아닐는지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잘 먹고, 잘 놀다가 갑자기 찾아온다는 것은 배고픔과는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좀 전에 먹었어도 그럴 때가 몇 번 있었다. 내 체력이 그.. 2021. 3. 24.
죽음과 통증을 선물과 지혜로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 일찍 일어났다. 어제 일찍 잠이 든 때문인지, 새벽 2시도 되지 않아 눈이 떠졌고, 더 이상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그냥 바로 일어났다. 옷을 갈아입고, 이불을 정리하고, 따뜻한 물을 준비하고, 여느 날처럼 책상 앞에 앉아 하루 계획표를 짜고, 감사일기와 자기 확언을 썼다. 이런 날은 마치 많은 것을 다 해낼 것만 같은 마음이 든다. 해야 할 공부도, 읽어야 할 책도, 미루어 두었던 자잘한 일들까지 모두 이 새벽에 다 해낼듯한 기세다. 물론, 새 날이 밝고, 아침을 먹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생각만큼 알찬 새벽시간을 보내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덤으로 얻은 듯한 포만감에 행복함이 넘실거린다. 남편의 코고는 소리는 늘 배경음악으로 깔리고, 내가 틀어놓은 클래식 .. 2021. 3. 20.
대학원에 대한 생각 내려놓기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하면서, 마치 나의 평생의 '한'이 된 듯한 '대학원'에 대한 꿈을 살포시 펼쳐보았다. 늘 배움에 대한 목마름으로 30년을 공부해왔고, 그 과정에서 국문학사, 영문학사, 아동학사라는 세 개의 학사학위를 얻었다. 이제 사회복지학이라는 학위를 향해 또 달려가고 있다. 이 목마름은 언제 채워질지, 아마도 대학원이라는 타이틀이 그것을 채워줄 것 같았다. 암 수술과 항암으로 내 몸은 약해져 있고, 지금 하고 있는 주부로서의 삶, 직장인으로서의 삶, 대학생으로서의 삶도 벅차게 해내고 있는데, 대학원 과정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면서도, 사회복지학 공부가 끝나는 2023년 또는 2024년에는 꼭 도전하리라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세개의 석사학위를 자랑하는(?) 한 언니에게서 대학원에 들어가.. 2021. 3. 19.
친구 친구... 그리운 언어... 친구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친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외롭고, 그래서 누군가 그립다. 마음 한쪽이 시리다. 언제나 날 사랑해주고, 나의 편이 되어주는, 내편인 나의 남편, 생각만으로도 이뻐 죽겠는 나의 아들, 반대로 나만 보면 이뻐 죽는 우리 엄마... 이렇게 세 사람은 나의 분신과도 같은 사람.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내 삶의 모든 것. 나의 보물. 내가 사는 이유다. 그럼에도 친구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내 곁엔 친구가 있다. 그런데 친구가 없는 것 같다. 없는 걸 수도 있다. 아니면 나의 친구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믿었던 친구, 강미. 그녀는 하늘로 떠났다. 하늘로 떠나기 전,.. 2021. 3. 16.
오늘이라는 선물 사회복지학 공부를 시작하고, 지난 목요일, 첫 스터디도 즐겁게 마치고, 학우들과 식사도 맛있게 했다. 좋은 컨디션으로 출근하고 일했고, 다음날인 어제도 기분 좋게 운동하고, 공부하고, 출근했다. 잠이 부족한듯 했는데, 학원에서 간식을 먹은 후 배도 아파오기 시작하고, 통증이 가라앉으면서 너무 졸렸다. 그때부터였다. 계속 down, down, down... 약간의 감정의 흔들림이 있었었다. 누군가 보고 싶은 느낌,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느낌... 카톡을 아무리 봐도 톡 하나 보낼 사람이 없다. 아니, 있다 한들, 뭐라고 쓸 말도 없었다. 그런데 이 느낌... 이거 익숙한 느낌이다. 그래, 외로움... 난 또 외로움을 타고 있었다. 퇴근을 하고, 전철역으로 걸어가면서 나의 이런 감정은 최고조에 달했다. 울.. 2021. 3. 13.
새로 생긴 문 사회복지학과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작년이었다. 내 직업이 영어강사라는 걸 생각하면 나는 영어를 더 공부해야 한다. 독해도, 문법도, 회화도, 단어도 늘 부족하다고 느껴지고, 수업하는 내내 콤플렉스가 되어 나를 옥죄어오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영어가 아닌 다른 공부를 하고 싶다는 갈증을 느꼈고, 그 목마름을 무엇으로 채울까 하던 중에 지인으로부터 사회복지학과는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고, 그것은 그동안 내가 생각해오고 있던 여러 가지 것들과 딱 맞아떨어지는 적절한 대안이었다. 그렇게 작년 가을학기에 편입을 시도했으나 불행하게도 불합격이 되었고, 한 학기를 더 기다려 올해 봄학기에 편입하게 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스터디를 찾았으나, 거리 때문에, 시간 때문에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하고.. 2021. 3. 13.
미사시간... 눈 뜨고, 예수님을 만나고, 은총을 받자 코로나가 핑계였다. 내가 성당에 가지 않은 이유를 둘러대기에 정말 적절한 핑계였다. 정부시책은 4인 이상 집합 금지, 교회나 집단 모임 자제를 요구하고, 평소에도 잘 가지 않던 성당에 암환자인 내가 굳이 꾸역꾸역 나가야 할 이유가 없었다. 작년 한 해 동안 몇 번 나간 적도 없고, 올해가 되어서는 겨울이라는 계절적인 특징까지 얹혀져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1월과 2월이 흐르고, 3월이 되었다. 3월의 첫 주일이 다가오면서 내 안에서 또 무언가 꿈틀거리며 성당에 가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새벽에 늦잠을 잤다면, 성당에 다녀올 생각을 하지 못했을거다. 하지만 새벽 3시 반쯤 눈을 떴고, 여느 때처럼 눈과 입을 씻어내고, 침대를 정리하고, 물을 따뜻하게 데워 책상 앞에 앉아 감사일기, 확언을 쓰고, 하.. 2021. 3. 7.
무심히 살아가기 몸무게에 대해 편안한 마음으로 임하자고 결심하자마자, 다음날부터 갑자기 몸무게가 늘기 시작했다. 작년 내내 40킬로그램을 넘겨봤으면 간절히 바랬건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는데, 그런 맘을 먹고 난 후 이삼일만에 40.6킬로그램이 되었다. 며칠을 계속 40킬로그램이 넘어간 상태를 유지하여 참 기뻤는데, 남쪽으로의 여행이 힘들었는지 다시 39.8킬로그램이 되었다. 하지만 더 이상 매일의 몸무게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으니, 새벽마다 무심한 듯 체중계에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더 이상 마음에 두지 않기로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몸무게가 늘어난다면 참으로 고마울 것이고, 평생 이 몸무게로 살아야 한다면 그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을 터이니. 내 몸이 말라 보인다고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니고, 내 몸을 다.. 2021. 3. 4.
난 보석이었다 친구의 회사 사장님이 사주카페를 오픈했다는 말을 들었다. 현재 환갑이 넘은 그분은 대학생 때부터 명리학에 관심이 많았었다고 익히 들었던 터라, 사주카페가 생뚱맞지는 않았다. 몇 년 전 몸도 좋지 않고, 주식에도 실패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로 이 길로 들어섰다니...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얼마 전, 친한 언니와 종로의 익선동과 삼청동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눈에 띈 타로점에 끌려, 태어나서 처음으로 타로점을 보았는데, 꽤 재미있었던 경험이 있어서, 또 함께 사주를 한번 보자고 의기투합하여 가보았다. 결론은 너무 비싸다는 느낌이었고, 한 번의 재미로 만족하기로 했다. 역시 나는 멘탈이 강한가 보다.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로, 하나의 놀이 정도로 생각하는 걸 보면 말이다. 오늘 아침, 지난 토요일의 .. 2021.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