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은...
어느 날 문득, 암환자가 된 이후의 2년의 내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가까운 미래, 좀 더 구체적으로는 2021년을 생각하니, 3년의 삶이 한 번에 요약되었다. 굳이 일부러 어떤 목적이 있어서 생각을 하고, 구분을 한 것이 아니라, 문득 어떤 생각 끝에 떠올랐는데,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처럼 똬~악~ 나눠지는 것이 참 흥미로웠다. 우선, 3년의 삶은 이렇게 나뉜다. 19년은 암 수술을 하고, 항암을 하며 암과 싸우고, 극복하고, 이겨낸 시간, 20년은 현실에, 사회에 적응하는 시간, 21년은 현재의 나를 직시하고, 있는 그대로의 진정한 나를 알아가는 시간. 2018년 12월, 건강검진으로 우연히 알게 된 위암과 대장암. 어이없는 마음에 믿어지지 않았지만, 현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2019년 ..
2021. 1. 24.
휴일 허투루 보내기
오늘 아침, 나는 무척 희망에 차 있었다. 춥고 눈 오는 겨울 동안 여행을 조금 절제하고 있고, 일요일이지만 출근 한 남편 덕분에, 온전히 내 것이 된 하루를 알차게 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어둠이 조금씩 짙어져 가는 지금, 나는 과연 충분히 '쉼'을 가졌는지, 나만의 시간을 누렸는지 돌아보니,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아침부터 정말 졸렸는데, 현미찹쌀팥시루떡을 만들려고 했기에, 졸려움을 참고, 잠은 오후로 미루었다. 오전은 빨래를 돌리고, 떡을 만드느라 어영부영 지나갔고, 오후엔 만든 떡을 자랑하느라 카톡이 분주했다. 자랑질이 끝난 후 몰려오는 잠을 어쩌지 못하고, 의자에 앉아 1시간을 잤다. 다 돌아간 빨래를 정리하고, 떡을 만드느라 어질러진 것들을 그..
2021. 1. 17.
나에게 일기쓰기, 다이어리 쓰기는...
50년이 넘는 내 삶을 돌아보면, 참 신기한 것이 있다. 누가 가르쳐준 기억도 없는데, 일기를 꾸준히 써왔던 것, 누가 시킨 적도 없는데, 특별히 할 일도, 한 일도 없어 쓸 것도 없던 초보주부시절에도 다이어리를 꾸준히 써왔던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일기의 경우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초등학교때 선생님이 일기를 쓰라고 하셨고,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도 쓰라고 하셨지만, 여느 아이들이 그렇듯이 검사 맡기 위해 떠밀려 썼었는데, 중학교 2학년 무렵, 사춘기가 되면서 스스로 일기를 쓰게 되었다. 어두운 밤, '송승환'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라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문학소녀의 꿈을 꾸며, 책상 앞에 앉아 자기만의 분위기에 흠뻑 취해 연습장과도 같은 일기장에 내 마음을 가득 담았었다. 종이를 보면 내 안에서 울..
2021. 1. 13.
이제 부모님과의 여행은...
남편과 여행을 가려고 계획을 하면, 늘 나에게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엄마. 나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일까? 엄마는 나에게 공기 같은 사람이다. 늘 옆에 있어서 소중함을 잊고 지내지만, 그 소중함을 알고는 있는... 나밖에 모르는 엄마가 고맙고, 또 가엾다. 하지만 살갑지 않은 딸이라 또 죄송한 맘이다. 재주도 많고, 요리도 잘하고, 착하고 고운 엄마이지만, 가난한 집에 태어나 많이 배우지 못했고, 보통의 엄마들처럼 남편과 자식만 바라보며 살아왔기에 나의 이야기를 잘 이해해주고, 공감해주고,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분은 아니다. 가끔은 대화를 하면서도 내 이야기가 튕겨 나가는 느낌이 들어, 이야기를 멈추게 된다. 하루나 이틀에 걸쳐 걸려오는 엄마의 전화 속 대화는 늘 똑같다. 밥 먹었니? 추워서 어쩌니? ..
2021. 1. 12.